김상길 서귀포의료원장

 

지난해 12월 강원도 강릉 펜션에서 수능을 마치고 여행간 학생들이 집단으로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어 3명이 사망하는 슬픈 일이 있었다. 그 이후로 고압산소치료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많은 사람들은 고압산소치료가 무엇인지 잘 모를 것이다. 필자가 서귀포의료원에서 고압산소치료를 담당하고 있어서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고압산소치료란 잠수함처럼 생긴 밀폐된 공간에 환자가 들어간 뒤 압력을 높이고 100% 산소로 호흡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체내로 흡수되는 산소는 몇 배로 증가하고 환자의 몸속에 녹아있던 일산화탄소나 질소는 쉽게 몸 밖으로 배출된다. 흔히 연탄가스중독으로 알고 있는 일산화탄소중독이나 해녀나 다이버들의 몸속에 질소가 쌓여 생기는 잠수병 같은데 효과가 있다.

연탄 같은 고체연료는 물론 액체연료인 석유나 LPG같은 기체 할 것 없이 탄소를 함유한 연료가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불완전연소 되면 일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 일산화탄소는 무색, 무취, 무미라서 감지기가 없으면 알 수가 없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우리 몸은 산소부족으로 뇌나 심장 등이 손상되고 심하면 사망하게 된다. 밀폐된 차안에서 히터를 켜고 잠을 자거나, 가스를 사용하는 가정용 욕실 순간온수기, 가스보일러, 황토방, 화재현장 등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될 수 있다. 요즘은 자살 목적으로 차안에서 번개탄을 피운 환자들이 응급실에 많이 실려 온다. 일산화탄소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주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고압산소치료기는 연탄을 많이 사용하던 1960년대 말 서울의대 윤덕로 교수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하였다. 매년 3천여 명이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하던 시절이다. 연탄 사용이 줄어들면서 고압산소치료기도 점점 사라지고 지금은 전국적으로 25곳 정도의 병원에만 있다. 서울이나 경기도 종합병원에는 다인용 치료기가 한 곳도 없다. 다행히 제주도에는 해녀 잠수병 치료를 주목적으로 제주의료원과 서귀포의료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제주의료원에는 응급실이 없어서 응급환자인 일산화탄소중독 환자들은 주로 서귀포의료원에서 치료하고 있다.

1970년대에 14000명이 넘었던 제주도 해녀는 작년에 등록 상으로는 만 명 정도지만 실제 활동하는 해녀는 40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고령화로 거동이 불편해서 고압산소치료를 받으러 오는 해녀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서귀포의료원 고압산소치료실에는 의사 말고도 치료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 2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해서 일 년 365일 매일 대기당직을 서고 있다.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원장으로서 이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미안하다. 고압산소치료실 운영비용은 매년 몇 억이 들지만 2017년 고압산소치료실 수입은 3600만원 정도였다. 작년과 올해 고압산소치료수가가 두 자릿수로 인상되었지만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우리나라 공공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지방의료원은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꼭 필요한 필수의료서비스는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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