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응 한국교통안전공단 제주본부 본부장

제주에 첫발을 디디면서 공항에서 회사까지 이동수단을 고민하다 버스를 이용했다. 우리 공단의 미션이 교통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기에 실제 교통현장을 체험해 보고 싶었다. 섬이라는 특수성이 있음에도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했고 친절한 기사님을 보면서 좋은 기분으로 첫 출근했던 기억이 있다.

직원들과 업무 얘기를 나누다보니 제주도는 지난 2017년 8월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왔다고 한다. 또한 대중교통 이용만족도 조사에서 제주가 전국 1위를 했다고 한다. 사람 중심의 교통정책 시행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이러한 아름다운 제주의 첫 인상에 비해 지난해 교통사고 성적표는 처참하다. 잠정 집계 결과 전국적으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3775명으로 전년 대비 9.8% 감소했고 3000명대 진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제주지역의 경우 전년에 비해 2명이 증가한 82명의 소중한 생명을 떠나보냈으며 사망사고 분석 결과를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의학 기술의 발달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다보니 고령자 관련 사고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고령 운전자가 14명으로 14.1%를 차지하며 특히 고령 보행자(19명·보행 사망자 중 51.4%) 교통사고의 심각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사업용자동차 사고다. 지난 2017년 10명 대비 50% 증가한 15명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관광도시의 특성상 70% 이상을 차지하는 렌터카에 의한 사고가 가장 높은 비중(40%)을 차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맞춤형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는 이륜차 사고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운행하다 사소한 사고로 사망에 이르는 사고들이 의외로 많다. 안전불감증 이라고 해야 할까? 조금의 관심만 가졌더라도 사망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사고다.

이러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유관기관 및 단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홍보와 교육을 포함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포함되며 때로는 단속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운전자와 보행자, 즉 도로이용자들이 교통법규를 자발적으로 준수하다 보면 교통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것을 교통안전문화라 하며 제주지역의 교통안전문화가 모범적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다행히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하는 제주지역의 교통문화지수는 양호하다. 지난 2016년 전국 15위에서 2017년에는 3위로 급상승했으며 지난해 결과는 공식 발표 전이지만 양호한 결과를 기대해 본다. 다만 이러한 결과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 절대 감소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매우 안타깝다.

며칠 전 음주 운전자가 음식점으로 돌진, 보행자 2명을 충격해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음주운전의 심각성 때문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과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처벌 수위를 높이고 운전면허 정지·취소 기준을 강화했다. 음주 사망사고의 경우 3년 이상 무기징역을 처할 수 있도록 했으며 운전면허 처분도 혈중 알코올농도 0.03% 이상 면허정지, 0.08% 이상 면허취소토록 강화됐다.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사람의 생명은 너무도 소중하다. 운전자는 교통법규 준수와 보행자 보호에 특히 유념하고 보행자는 보행 중 휴대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또한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 등 이러한 행동이 교통안전문화로 자리 잡는다면 교통 선진국 수준의 교통사고 지표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교통사고 줄이기, 어느 한 기관이나 한 사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유관기관과 교통단체 등 상호협력이 이뤄져야 시너지가 창출된다. 제주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제주지역에서 교통사고로 귀중한 생명을 잃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제주본부는 제주도청과 지방경찰청, 유관기관 및 교통단체 들과 서로 돕고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솔선수범하겠다. 우리 공단의 미션이 교통사고 줄이기에 있는 만큼 교통사고 예방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행동하고 독려하겠다. 도민 여러분께서도 교통안전문화 조성을 위해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을 간절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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