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당시 군·경의 초토화 작전으로 불타 없어진 마을들이 복원돼 제주역사의 아픈 현장이 하나 둘씩 치유될 전망이다.

 1948년 제주에서 4·3사건이 발생하자 진압에 나선 군과 경찰은 같은 해 11월께부터 무장대(산사람)와 민간인의 접촉을 차단한다며 도내 산간지역 마을에 소개령(疏開令)을 내려 상당수 중산간 마을이 불타 없어졌고 주민들은 해안마을로 대피해야 했다.

 노형동 ‘함박이굴’‘방일리’‘개진이’‘드르구릉’마을,화북동 ‘곤을동’,도남동에 ‘웃도남’,그리고 아라동의 ‘갓다지’와 ‘민밭’등 제주시내만도 10여군데 마을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 200~300년전에 설촌된 마을은 군과 경찰이 내린 소개령에 의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해 버렸으며,이곳에 살던 20~30가구에서 70~80가구의 주민들은 제주시 해안마을로 대피해 살면서 50년동안 마을을 잃어버린 한을 가슴속에 묻어 왔다.또 이들 마을은 4·3이 끝난 후에도 대부분 그린벨트로 지정돼 마을 복원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해 그린벨트 해제가 사실상 결정되고,4·3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없어져 버린 마을을 다시 찾자는 소리가 소개지역주민과 후손들에 의해 서서히 일고 있다.

 김태환 제주시장이 각 동을 순회하며 갖는 시정설명회에서 이 같은 요구를 하고 있으며,오라동 이주 1세대인 송석찬씨(48)는 최근 “4·3당시 집이 불타 없어지고 범죄인 취급받았던 소개지역을 다시 원상 복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시에 건의했다.

 제주시는 이에 따라 올해말 확정예정인 도시기본계획 및 재정비계획 수립과정에 당시 소개마을 주민 의견을 조사해 불타 없어진 마을을 주거 또는 자연녹지로 지정,상하수도와 도로 등 기반시설을 갖춰 줄 방침이다.<이재홍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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