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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탑] '제주 캐슬'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고미 경제부 부국장
고 미 기자
입력 2019-02-12 (화) 17:24:07 | 승인 2019-02-12 (화) 17:25:41 | 최종수정 2019-02-13 (화) 00:05:13

필연인지 우연인지 알 수 없지만 연초부터 '신드롬'이다. 명문대학 진학에 대한 욕망과 그에서 파생한 입시 코디네이터의 일면을 다룬 종편 드라마가 뜨거운 흔적을 남겼다. 방영 때는 물론이고 종영 후에도 사회현상 이면을  들춰내려는 시도에 더해 다양한 패러디가 쏟아져 나올 만큼 화제다. 주연 배우 중 한 명이 무미건조한 어조로 내뱉는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가 현실이 된 느낌이다.

제주 경제 악순환 심화

한 시대를 풍미한 유행어로 치부하기에는 어딘지 입맛이 쓰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대사 하나가 오래 회자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고인이 된 배우 신성일은 1964년 작 '맨발의 청춘'에서 "눈은 가죽이 모자라서 째놓은 거냐?"는 대사를 남겼다. 극 중 건달이 내뱉는 거친 말이지만 민주화에 열망을 지녔던 대중들에게는 반민주적인 정부를 애써 외면하는 지식인들을 통렬하게 꼬집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제주 출신 국민배우 고두심도 1989년 드라마 '사랑의 굴레'에서 "잘났어 정말"을 유행시켰다. 맛깔 나는 연기력에 더해 88서울올림픽 이후 급격한 경제 성장과 사회 변화에 대한 냉소로 공감을 샀다. IMF 외환위기로 힘겨워 하는 이들에게 2001년 모 카드사의 광고 카피 '부자되세요'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런데 올해는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다. 아프다.

제주 경제 사정이 그렇다. 힘들다, 어렵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경기 둔화로 인한 소비 위축이 힘겨웠던 적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올해는 이미 유별나다.

부동산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건설업을 중심으로 실업자가 늘었다. 장기 미분양 물량까지 늘면서 주택 경기도 가라앉았다. 주택 거래가 위축됐는데도 실제 거래가격은 내려가지 않는다. 제주 대표산업인 관광업에서는 내국인을 중심으로 한 관광객 감소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차 산업에서도 괜찮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라 관련 경제 지표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가계부 사정도 덩달아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필요 지출 외에는 가능한 줄이다보니 지역 상권 분위기까지 흉흉하다. 매출이 줄어든 것도 모자라 임대료가 오르면서 버틸 재간이 없어졌다는 말도 공공연했다.

임대료가 오른 데는 공시지가 상승 등의 영향이 컸다. 세 부담이 커지면서 이를 임대료로 전가하는 흐름을 벗어날 수 없었다. 베이비부머와 20·30대 청년은 물론 40·50대까지 불안한 고용시장에서 버티는 대신 창업에 뛰어들면서 점포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제주 지역 평균 권리금은 하락세를 타고 있다. 2017년 단위면적(㎡)당 87만6000원이던 것이 지난해는 72만 6000원으로 떨어졌다. 권리금이 있는 점포 비율이 77.57%로 전년 80.72%에 비해 하락했다. 상권이 죽고 있다는 얘기다. 준비 부족에 자본 여력까지 없는 자영업자들이 휴·폐업을 하고 다시 새 간판을 단다. 악순환이다.

큰 그림 해결책 찾아야

비단 제주에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앞으로 전망을 우울하게 한다. 얼마 전 요식업 CEO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한 연예인이 점포 2개를 정리하게 된 사정을 개인 SNS에 올려 세간 화제가 됐다. 한 때 서울 핫 플레이스로 꼽혔던 경리단길 사정이었다. 떠났거나 망했거나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버티는 가게들의 얘기는 낯설지 않다. 그 이유로 꼽은 것이 임대료 폭등이었다. '좀 뜬다'는 말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임대료가 오르고, 슬그머니 거리 특색이 사라지며 상권이 무너지는 수순을 밟는다고 진단했다. 영업이 되지 않으니 최저임금으로 인한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같이 살기 위해서는 상권에 사람이 모이게 해야 한다는 호소는 달리 해석하면 '혼자서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 된다.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지역 특성을 감안하면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을 뿐 '제주 경제'라는 이름의 톱니바퀴를 바로 움직여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먼저다. 급한 대로 새 일자리를 쏟아내고, 당장 해결에 급급해 자금 투입을 하는 것으로는 다시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와 직면해야 한다.

고 미 기자  pop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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