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우작 '만개'.

'제주에서 돼지란'이란 질문을 던지고 빈 칸을 만들어 봤다. 누군가는 붓을 들고 또 누군가는 흙을 빚고 불로 구워서 만들어낸 얘기는 어지간한 장편 서사시 이상이다.

몸집인 큰 네 발 동물이 없는 섬 특성 상 돼지만큼 친숙하고 요긴한 가축은 없었다. 돼지로 풍요를 기원하고 화합을 확인하는 돗제나 사람과 돼지가 혼연일체를 이루는 돗통시, 마을에 큰 일이 있을 때면 잠까지 미뤄가며 기다리던 궤기반 등 허투루 볼 것이 없다. 지금도 제주 1차 산업의 큰 가지로, 축산악취·분뇨의 원인으로 미운정 고운정이 가득하다.

박길주 '그리움'.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이 그런 마음을 끌어내 신년기획 '도새기 해가 떴습니다'전을 꾸린다.

4월 21일까지 미술관 2층 기획실에서 진행하는 전시에는 고보형, 김기대, 김산, 박길주, 박주우, 양민희, 오민수, 오승용, 유종욱, 이명복, 이미선, 임춘배, 현덕식 등 제주 출신이거나 이주를 통해 제주 작가가 된 13명이 합을 이뤘다.

전시장에 나선 것은 회화와 조각 등 30여점이다. 각자의 기억과 경험담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지만 어디를 봐도 '돼지'다. 약속이나 한 듯 따스함과 넉넉함을 아낌없이 풀어낸 까닭에 전시장을 찾는 부담이 덜하다. 

박길주 '그리움'.

기해년 미술관을 찾는 모든 관람객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각별함까지 전시장을 채운다.

신년기획전과 관련한 사항은 이중섭미술관 홈페이지(http://culture.seogwipo.go.kr/jslee/)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문의=064-760-3561, 3567. 우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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