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열 논술위원·경남대교수 한국교육학회장

우리 사회에서 학교교육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통로로 여겨져 왔다. 현재 70·80대에 이른 부모세대들은 당신들의 자녀들에겐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고 번듯하게 살게 하겠다는 희망으로 온갖 경제적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녀들의 교육 뒷바라지에 헌신했다.

실제로 이러한 기대대로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학교가 사회계층 이동 통로로 중심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계층구조가 안정화되면서 학교의 사회 이동 촉진 기능은 과거에 비하여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교교육이 사회평등에 이바지하는가 아니면 오히려 계층적 불평등을 유지하는 기제인가는 학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해묵은 논쟁 중의 하나다. 학교를 '위대한 평등촉진자'라고 보는 관점에 따르면, 모든 사람에게 교육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함으로써 사회의 기존 계층구조가 변화한다고 본다.

즉, 적절한 교육적 중재를 통해 불우한 계층 아동의 사회적 상승 이동을 도모하여 평등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교육은 사회 불평등을 재생산할 뿐이라고 보는 관점은, 학교교육은 능력주의라는 명분으로 불평등한 계층구조를 고착화하는 기제로 작용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는 교육을 통해 계층 상승을 한 부모세대가 자녀들에게 계층적 지위를 유지하게 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경제적·문화적 자본을 총동원하여 자녀교육을 지원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 드라마는 일부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자녀교육에 대한 왜곡된 열망을 그리고 있지만 학교교육이 사회 변화에 따라 양면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즉, 드라마 속의 부모세대에게는 학교교육이 계층 상승의 통로였지만 자녀세대들에게는 부모세대의 계층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과거에 비하여 계층구조가 안정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학교가 위대한 평등의 촉진자라는 공교육의 이상을 어떻게 구현해 낼 있느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 등 여러 연구들은 2000년대에 들어서 직접적인 물리적 자본의 승계를 통한 계급 지위의 세습 정도가 급격하게 줄어든 반면, 교육을 매개로 부모의 계급 지위가 자녀의 계급 지위로 이어지는 정도가 커짐을 보여줬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학교교육이 사회 평등보다 사회 불평등을 유지하는 기능을 함으로써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음을 시사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여 사회통합을 도모하고자 하는 노력은 대부분의 선진국들에서 보편적인 현상으로 세계적인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카고대학의 제임스 헤크먼 교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불우한 계층의 아동들의 삶에  사회가 일찍 개입하여 얻는 효과는 그 어떤 효과보다 큼을 지적하며, 교육 불평등 해소에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학교가 사회적 계층 상승 이동의 희망의 사다리로 작동하려면 우선 학교 내에서 계층이나 가정환경에 따른 학생들 간 학력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불리한 지역에 위치하거나 불리한 계층 출신 아이들이 몰려 있으면서 주로 성취가 낮은 학교들을 개선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선발의 최종 단계에 있는 대학입학전형제도가 학생들의 선발과정에서 가정배경의 영향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이것이 포용국가를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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