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떠난다」 장 에슈노즈. 문학동네. 8000원.
 1999년 프랑스 콩쿠르 상 수상작. 장 에슈노즈는 사랑을 주제로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소설을 발표해왔다. 99년 콩쿠르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주제의 독창성과 풍부한 유머감각’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파리에서 화랑을 경영하는 한 남자. 그는 50년대 북극에서 난파된 보물선에 에스키모 예술작품이 실려있다는 조수의 말에 어느 날 갑자기 북극으로 떠난다.

 소설은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 일탈여행을 꿈꾸는 주인공의 탈주의 욕망에 대한 한편의 보고서다. 방황, 도주, 부재, 배신, 거짓말,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연속되면서 벌어지는 이 소설은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던져준다.

 파리에서의 일상과 북극탐험이 교차되며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흥미를 더하는 이 소설은 주인공의 일탈 충동과 화려한 여성편력, 삶을 바라보는 냉소 어린 태도로 인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길을 묻는 그대에게」 이정우.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8000원.
 「길을 …」은 불교 선사들의 말씀을 통해 불교에서 전하는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있다. 오랜 불교의 전통을 수행으로 이어온 선사들의 말씀은 때로는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또한 정겹고 따뜻한 속삭임으로 다가온다.

 재가불자들뿐만 아니라 자칫 삶의 중심을 잃기 쉬운 일반인들에게 마음을 다스리고 욕망을 비우는 불교의 지혜를 선사들의 말씀 중에서 발췌해, 전하고 있다.

 기존의 법어집들이 대체적으로 불교의 정신을 알리는 데 중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책은 현실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 자세와 길잡이가 될 경구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때로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선문답에 현실과 관련된 풍부한 해설을 달아 읽는 이로 하여금 불교의 진리를 생활의 지침을 삼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일상의 지혜’‘무심의 지혜’‘삶의 대전환’‘번뇌도 깨달음’‘풍요로운 믿음’ 등 네 부분으로 나눠진 이 책은 진정한 깨달음은 그 경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이 깨달음을 이루기 위한 소중한 기회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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