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최근 제주관광공사가 지난해 방문한 내국인 및 외국인 방문관광객을 대상으로 제주관광에 대한 니즈와 형태, 만족과 불만족사항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 실시한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현황 정성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정량화된 조사에서 파악하기 힘든 관광소비자의 관점에서 여행 동기와 만족 및 불만족 사항 그리고 최근의 관광 트렌드 등 관광객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조사결과를 보게 되면 제주 관광산업에 대한 평가와 개선사항을 도출하는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점을 인지할 수 있다. 내국인은 '힐링을 기대하며 찾는 곳'으로 제주를 선호한 반면, 외국인은 '한류의 영향으로 알게 된 곳',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라는 연상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내·외국인 간에 상당한 특성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제주를 경험하기 전보다 관광활동을 하면서 매력도가 높아지고, 지인의 여행경험에 따른 추천으로 제주를 찾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관광객과 제주도와의 접점이 매우 한정적이고, 제주 여행에서의 호감도 여부로 제주 방문이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제주도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제주를 직접 경험하기 전 인식시킬 수 있는 접점 개발과 다양한 정보 접근성의 확보 및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과 강화가 필요하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광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점은 아쉽다. 과거의 여행은 관광객의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관광 현지의 정보를 얻기 위해 여행사나 관광가이드 북에 의존한 사전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지금의 여행은 휴대폰 하나로 거의 해결되는 세상이다. 갈 바를 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닌 그야말로 '스마트한 여행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스마트한 여행 시대의 첫 번째 특징은 용이한 정보 접근성이다. 제주 관광을 준비한 사람이라면 각종 리뷰도 보겠지만 관광지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앱(App)을 먼저 찾아볼 것이다. 그러나 제주 관광과 관련한 앱은 빈약하기가 이를 때 없다. 관광공사의 홈페이지에 대표 관광지, 여행기간별 코스, 맛집과 쇼핑 및 쿠폰, 역사와 스토리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된 외국과는 달리 공관장이 첫 페이지에 등장한다면 관광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스마트한 관광객을 유관 단체나 지역이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한 여행 시대의 또 다른 특징은 공감의 다양성이다. 어디에 가면 뭘 보고, 먹고 그것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시대는 지났다. 남이 본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경험하며 가치를 부여하는 여행이 대세다.

그래서 조그마한 가게에서 찍은 사진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게 되면 그 가게가 시쳇말로 '대박'이 나기도 한다. 기존의 관광지보다 특색 있는 카페나 건물, 식당 등을 찾아다니는 여행은 과거엔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이다. SNS의 사진 한 장이 공감을 사고 그것을 공유하기 위해 사람들이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다 보니 이번에 다 찾아보지 못했다면 다음에 또 가야하는 것이다.

끝으로 스마트한 여행의 시대는 콘텐츠의 무한 확장성이 가능해졌다. 스마트기기를 통한 정보 접근성이 용이하고, 여행의 가치와 패턴에 따른 공감 영역이 다양화되면, 자연스럽게 그 내용도 풍부해진다. 그저 제주하면 삼다도, 밀감, 흑돼지가 아니라, 이젠 녹차라테, 제주초콜릿, 본태 박물관 정도라 해야 '스마트'하단 소리를 듣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