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학 의회운영위원장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

제주해녀의 고단함과 강인함이 농축돼 회자되어 오는 말이다.

해녀, 또는 잠녀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와 일본 밖에는 없는 직업이다. 우리나라의 해녀들은 대부분 제주에서 출가한 뒤 그 지역에 정착하면서 전국으로 퍼져나가게 됐다.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지 올해로 3년째다. 제주해녀가 새롭게 조명받으면서 날로 존재감을 더해가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은 이 지역의 해조류가 질도 좋고 풍성해 도내에서 가장 많은 해녀가 물질하는 곳이다. 

역사적인 제주해녀항일운동의 발상지다. 그곳을 지역구로 한 도의원으로서 행운이고 가슴 뿌듯한 일이다. 

의무와 책임감으로 지난해 말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에 관한 조례」를 개정 발의했다. 세계적 희소 가치가 있는 제주해녀들의 공동체 문화를 알리고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지난 2009년 제정됐고, 이번에 손을 보게 된 것이다.

조례 개정을 통해 시대 흐름에 걸맞게 제주해녀의 가치를 드높이고 보존과 전승을 위한 실질적 대책들을 담아낼 수 있어 퍽 다행이라 여긴다. 우선 내세울 수 있는게 제주해녀항일운동 계승사업 지원 규정 신설이다. 전국 유일의 여성항일 운동으로 대통령도 지난해 8·15경축사에서 합당한 예우와 정당한 평가를 약속한 사항이다. 

특히, 올해는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그 의미가 남다르다. 출향해녀 지원 조항도 명문화 했다. 고향 경제의 주요 버팀목으로 강인한 제주여성상을 일궈 냈지만 고령화와 우리의 무관심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출향 해녀들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통해 그들이 제주의 자긍심을 높이고, 소중한 정신문화가 후대들에게 계승되는 밑돌이 되었으면 한다. 

또 일본어식 표현과 일부 조문 내용 등을 알기 쉬운 용어로 바꿨다.

제주해녀 하면 늘 가슴이 먹먹해온다. 우리 어머니이고 동네 삼촌이고 이웃이기에 더욱 그렇다. 

제주해녀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존재로 끈질긴 생명력과 강인한 개척정신으로 어려운 작업 환경을 딛고 생업을 영위해 온 제주여성의 상징이다.

이는 비단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유네스코 등재 후 제주해녀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이다. 해녀 어르신들 마음속에 묻힌 갖은 사연과 응어리가 새롭게 재평가 돼야 한다. 

나 역시 해녀 공동체 문화가 소중한 인류자산으로 거듭나는데 미약하나마 마중물이 될 것을 다짐한다. 

오늘도 거친 파도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날숨을 토해내는 해녀어르신들의 무사조업을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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