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논설위원· 제주관광대학교 기획부총장

얼마전 새해 인사자리가 있었다. 참석한 분들과 악수하는 시간에 어떤 분들은 상대방을 쳐다보지 않고 다른 사람을 보면서 지나가는 악수를 청했다. 씁쓸했다.

한 고위공무원이 우리 경제와 고용에 대해 자신의 눈높이에서 본 통계수치를 보이며 좋은 평가를 내리는 말을 뉴스를 통해 듣게됐다. 그런데 얼마지나지 않아 그와 정반대의 평가가 나오는 기사를 보게 됐다. 암담하고 허탈했다.

문제는 두가지 모두 행동과 말에 있어서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제주지역 TV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는 도의회 의원들의 도정질의방송을 몇차례 본 적이 있다. 도의원들의 도정 질의내용은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꼭 개선돼야 할 좋은 내용들이 많았다.

그러나 어떤 의원은 해결하기 서로 힘든 일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자신의 지역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니면 말고' 식의 진정성 없는 의도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말로 표현하는 것이 잘 안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진정성만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유권자를 중요시하는 게 정치인의 생명이기도 하지만, 도를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정치인들의 다툼에서도 "상대방의 제안이나 협상에 진정성이 없다"든가 "답변에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는 말이 단골메뉴가 되었는가 하면, 지난해 경영권 다툼을 벌여온 모그룹의 형제가 한측에서 보낸 화해의 편지에 대해 "화해 시도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명분으로 거절하는 상황을 보이기도 한다. 사회집단에서도 진정성의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자신들의 집단이기주의를 위해 아무 생각없이 길거리로 나가 집단행동을 하는 사람들, 고액연봉의 회사노조원들이 고객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서도 고객업무를 뒤로하고 집단행동에 나서는 사람들, 학생도서관의 난방을 꺼가면서까지 자신들이 마치 정당한 시위로 여기는 사람들,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당성을 무시한채 길거리로 나가 시위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집단이기주의가 과연 진정성이 있는 것인가.

그럼 정치인이나 행정가들도 모두 진정성이 있냐고 물을 수 있다. 공직자들도 진정성없이 그저 예산을 쓰기 위해서, 또 주어진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서 진실성과 필요성, 정당성을 다소 무시한 채 추진한 것도 있을 것이다. 몇몇 사안에 대한 답변 역시 원칙론적인 것이어서 우리가 보기에도 좀 무성의 하다거나 진정성이 결여돼어 있었다고 느낄만한 사안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직자들은 적어도 지방자치나 국가경영이라는 큰 방향과 영역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좀 다르게 봐야 한다.

진정성(眞正性;authenticity)이란 '진실한 마음이 담겨있는 것' 또는'거짓이 없고 참됨'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래서 그리스도교에서는 성서나 말씀을 '진정성 그 자체'라는 의미를 강조해 성경의 진실성과 존재성을 대변한다.

사랑이나 우정에도 진정성이 필요하듯, 정치인이나 공직자, 노사간이나 사회적리더들의 말과 행동에는 서로 마음으로 느낄수 있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정보화 수단이 지배하는 현실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되기 위해 시급한 것은 바로 인간성의 회복이며, 진정성 있는 이웃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서로 진실공방이나 네탓 싸움만 하는 깊이 없는 의구심의 사회가 아니라, 좀더 인간적으로 , 정서적으로 풍부한 진정성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 기성세대가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

 

 

줄 수 있는 자산은 사회에 대한 믿음과 진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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