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제주본부 실물경제 동향…외국인관광객 증가 반짝 효과
농·수산물 경쟁력 약화·소비심리 위축 등 불황 요인 건재해

회사원 강경호씨(49·제주시 연동)는 요즘 고민이 크다. 지난해 융자를 받아 다세대 건물을 지은 것이 화가 됐다. 물려받은 땅을 놀리기도 그렇고 주택 임대 수익이 은행 이자 보다 낫다는 말에 용기를 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매달 들어가는 이자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집은 한 세대도 나가지 않는 상황이다. 강씨는 "이렇게 까지 힘들 줄은 몰랐다"며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였고,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도 없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제주 불경기 터널이 생각보다 길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 분위기가 지속되는데다 나아질 기미도 찾지 못하고 있다. 도내 농·수산물 경쟁력 약화와 관광분야 성장세 둔화 등 지역경제 불황 요인이 불안감을 키웠다. 

19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최근 제주지역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여전히 힘들다'로 정리할 수 있다. 

4분기 소매액판매지수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면제점만 나아졌을 뿐 대형소매점판매액지수는 하락 기조를 유지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3분기 102.1에서 4분기 99.8로 낮아졌다. 올 1월은 97.2로 떨어졌다.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으로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1차산업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 제주산 농산물 출하액은 월동채소 가격 하락 영향으로 줄었다. 산지폐기 등의 조치에도 가격이 살아나지 않는 이유로는 생산량 증가 외에 소비 위축이 지목됐다. 수산물 출하량도 양식넙치를 중심으로 감소하는 등 지역 돈맥경화를 심화시켰다.

1월중 관광객 수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6월(1.5%) 이후 7개월 만에 전년 동기 대비 증가(1.8%)로 돌아섰다. 내국인 관광객은 전달(-6.4%)에 비해 감소폭을 줄였지만(-2.7%) 회복세로 보기에는 힘들었다. 고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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