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당사자 사이에 금전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부동산에 가등기를 하되 채무 불이행 시에는 그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마치기로 약정하는 경우가 있다. 돈을 빌려주고 담보조로 가등기를 마치는 경우는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본등기를 하는데 여러 가지 엄격한 절차적 제한이 가해지게 된다. 금전 대차 이외의 원인으로 채권이 발생한 경우에는 가등기담보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그 법률관계는 다른 법리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

예컨대 당사자 사이에 매매대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부동산에 가등기를 마치면서 장차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본등기를 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정산절차를 예정하고 있는 '약한 의미의 양도담보' 계약으로 해석된다.

'약한 의미의 양도담보'가 이루어진 경우 채권자는 채무의 변제기가 지나면 부동산의 가액에서 채권원리금 등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채무자에게 반환하고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부동산을 처분해 그 매각대금에서 채권원리금 등의 변제에 충당하고 나머지 금액을 채무자에게 반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위와 같은 정산을 요구할 청구권을 가지지는 않는다. 다만 채무자는 채무의 변제기가 지난 후에도 채권자가 그 담보권을 실행해 정산절차를 마치기 전에는 언제든지 채무를 변제하고 채권자에게 가등기 및 그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채권자는 가등기의 피담보채권이 존재하는 한 가등기담보권을 실행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본등기절차의 이행을 바로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정산을 요구할 수 있

는 청구권이 없고 그 정산을 이유로 본등기절차의 이행을 거절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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