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논설위원

다음달 3월 13일 치러지는 제2회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2일부터 선거인명부가 작성되고, 26~27일 후보 등록에 이어 28일부터 13일간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조합장 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에 이어 '대한민국 4대 선거'로 불릴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특히 1차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지역에서는 농·수·축·산림조합 수장을 결정
하는 이번 선거가 여느지역보다 더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선거일이 다가옴에 따라 제주지역에서도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예비 후보자들의 물밑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공직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현수막을 걸거나 신문 광고 등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을 적극 알리느라 여념이 없다. 이번 선거에서 제주지역에서는 32개 조합(지역농협 19개, 단위농협 1개, 축협 3개, 수협 7개, 산림조합 2개)의 조합장이 선출된다. 조합별로 자천타천 80명에 가까운 출마자가 거론되고 있다.

조합장 선거는 원래 각 조합마다 자체 정관·규약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실시했다. 그러나 금품·향응이 난무하는 돈 선거로 얼룩지면서 200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받아 선거를 관리하게 됐다. 이후 2014년 7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2015년 사상 처음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아래 전국 동시 선거를 치른데 이어 올해 제2회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조합장 선거의 부작용을 줄이고 공정한 선거를 구현한다는 취지와 달리 불·탈법이 좀체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15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서 제주지역에서는 모두 23건의 위법행위가 적발된 바 있다.

올해 두번째 동시선거 역시 혼탁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제주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이번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현재 5건의 고소·고발이 접수돼 조사 중이다. 1건은 도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한 것이고 나머지 4건은 출마 예정자들이 서로를 고발한 것이다. 금품 살포와 특정인 비하 우편물 발송, 조합원 정보 유출, 조합원 동의없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전송 등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위법행위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조합장은 지역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조합의 예산과 인사권을 갖는 것은 물론 각종 수익사업을 벌이며 지역경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후보들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표를 얻기 위해 돈이 오가는 등 불·탈법 선거로 이어지기 쉽다.

여기에 엄격한 '위탁선거법'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짧은데다 후보설명회나 정책토론회 등도 열 수 없다. 선거운동도 후보자 본인만 명함이나 전화·문자메시지를 통해 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금품·향응 제공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조합장의 권한이 크다는 것은 조합장을 뽑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어떤 조합장이 선출되느냐에 따라 조합원뿐만이 아니라 지역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금품이나 연고, 흑색·비방 등 불·탈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유권자인 조합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누가 농어촌 발전과 지역경제를 이끌 적임자인지 인물됨과 자질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조합을 발전시킬 비전과 실천전략이 있는지 공약에 대한 철저한 검증도 필요하다. 후보자들 역시 조합원과 지역을 위한 정책 경쟁을 해야 한다.

지금 제주 1차산업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농수축산물 수입 개방과 전국최고의 농가부채, 수급조절 실패로 반복되는 농작물 산지폐기, 농어촌 고령화 등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조합장 선거가 어려움에 처한 제주 1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어촌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되도록 유권자나 후보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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