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 만감류가 위기에 처했다. 고소득 작물로 각광받았지만 재배면적 증가로 생산량이 늘어난데다 경기침체 등에 따른 소비부진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좀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계절관세가 완전 철폐된 미국산 오렌지도 다음달부터 수입을 앞두고 있어 만감류 재배농가들의 시름이 깊다.  

농협 제주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2018년산 만감류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그나마 완숙기가 설 대목과 맞아떨어진 레드향은 사정이 낫지만 천혜향과 한라봉은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18일 도매시장의 천혜향 3㎏당 평균 경락가격은 1만2400원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라봉도 9447원으로 1만원 지지선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쌓이는 재고도 문제다. 보통 천혜향과 한라봉의 설 이후 적정재고량은 전체 생산예상량의 40~50% 수준이지만 올해의 경우 50~70%에 이르고 있다.

설상가상 다음달부터는 무관세 미국산 오렌지까지 수입되면서 경쟁이 불가피하다. 기후 영향으로 예년보다 수입량이 적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제주산 만감류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오렌지 수입량이 1% 늘면 한라봉 가격은 0.9%, 온주감귤은 0.03%씩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3월 미국산 오렌지 관세 철폐로 수입량이 늘면서 3㎏당 한라봉 평균가격은 전년보다 20%, 천혜향은 12%나 떨어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협 등이 나서 대대적인 할인행사 등에 나섰다. 하지만 할인판매가 당장 물량을 처리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대책이 될 수는 없다. 제주산 만감류 가격 하락은 생산량 증가도 있지만 맛이 들기도 전에 조기출하를 하면서 소비자 신뢰를 잃은 원인도 크다. 적정생산과 함께 당도 등 철저한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만감류가 고소득 작목의 명성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