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낳은 최고의 학자이자 당대 청조학(淸朝學)의 일인자였던 추사 김정희(1786∼1856)의 학문과 예술의 세계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획전이 열린다. 국립제주박물관(관장 조현종)은 오는 27일∼6월 30일까지 2002 한일월드컵 개최 기념 특별전 ‘추사 김정희와 제주’전을 연다.

 이번 전시엔 70여 점의 완당 친필과 동료, 제자, 추사와 교류했던 청나라 학자의 작품까지 12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엔 완당의 대표적인 병풍 대작으로 꼽히는 ‘곽유도비(郭有道碑)’ 임서 병풍과 완당이 과천 시절 대표작인 ‘산숭해심’(山崇海深), ‘수선화부(水仙花賦)’등 대작들이 선보인다.

 또 허련의 ‘완당선생 해천일립상’과 ‘완당 인보(印譜)’ 등 말로만 듣던 명작들이 즐비하다. 소치 허련의 ‘완당선생 해천일립상’은 소치가 완당의 유배시절 모습을 소동파의 입극도를 번안하여 그린 것으로 삿갓을 쓰고 나막신을 신은 모습의 완당을 그리고 있어 유배객의 처연한 자태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특히 ‘수선화부’(水仙花賦)는 완당이 제주 유배시절 아끼고 즐겼던 꽃 수선화를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완당은 제주유배시절 권돈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정월 그믐께부터 3월에 이르러서는 산과 들, 밭두둑 사이가 마치 흰 구름이 질펀하게 깔려 있는 듯, 흰눈이 장대하게 쌓여 있다”며 수선화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완당 선생 전집에는 수선화를 노래한 시가 다섯편이나 실려있을 정도로 수선화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완당은 1840∼1848년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그의 대표작 세한도와 추사체를 완성하는 등 제주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완당의 과천시절 대표작인 ‘산숭해심(山崇海深)’은 청나라 학자 옹방강의 실사구시 정신을 풀이한 글 속의 한 구절로 전서·행서·예서체가 함께 어우러져 귀기(鬼氣)어린 완당의 예술적 경지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회는 19세기 청나라 시대에 한국과 중국을 통틀어 그의 학문과 예술세계를 능가할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던 인물, 완당의 예술세계를 직접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이번 전시회 개막일인 27일에는 「완당평전」의 저자 명지대 유홍준 교수의 현장 특별강연회가 열려 완당의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게 된다. 전시개막=27일 오후 3시. 문의=720-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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