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돌아본 제주 문화예술 관람
도민들 한달에 두번은 문화생활…불경기에도 예술 향유 꾸준
영화 이어 클래식·가요·문학·미술 활발…고급화 경향 나타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 분위기에 도민들의 삶도 팍팍해지고 있다. 관광은 물론 농·수산물, 건설, 부동산 등 각종 경제수치가 얼어붙으면서 언제면 불황의 터널이 끝날지 걱정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삶의 여유가 없을 때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 문화예술이다. 여유가 없을 때 "문화생활 해본지가 언제인지…"라고 하는 흔한 표현처럼 말이다. 

다만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제주도민들의 문화예술을 향한 열기는 쉬 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학, 미술, 음악, 영화 등 전통적인 장르부터 그동안 많지 않았던 뮤지컬, 오페라, 여기에 개관 두 달여 만에 10만 관객 돌파로 화제가 된 미디어아트 전시관 '빛의 벙커' 등 새로운 장르까지 힘을 얻으면서 제주문화예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주도민 301명을 포함한 전국 1만5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2018 문화향수실태조사'를 보면 도민들의 문화생활 향유 형태가 한눈에 보인다.

먼저 지난 한 해 문화예술을 한 번 이상 관람한 사람의 비율은 제주가 76.7%로 전국평균 81.5%보다 조금 낮았다. 아무래도 공연·전시가 대도시에 집중되다보니 서울(90.0%), 부산(80.0%), 인천(85.3%) 등이 평균을 끌어올린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구와 인프라의 한계에도 제주에는 열성적인 문화예술 애호가들의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도민 1인당 문화예술행사 관람횟수는 6.9회(전국 5.6회), 관람대상자 기준으로는 24.0회(전국 20.2회)였다. 문화예술 관람자들이 전국보다 연간 4회 이상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화예술을 즐기는 장르별로는 손쉽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가 6.23회로 2개월에 한 번씩은 영화관을 찾고 있다. 

클래식 음악회는 평균적으로 3개월에 한 번(연 3.6회)씩 관람하고 있고 때때로 제주를 찾는 유명가수들의 콘서트를 비롯한 대중음악회(2.1회)와 국악·풍물·민속극 등 전통예술(2.0회) 무대도 6개월에 한 번씩은 관람하고 있다.

시화전·도서전·작가와의 대화 등 문학행사와 사진·서예·건축·디자인 등 미술전은 각각 5개월도 한 번(연 2.5회)으로 높은 편이고, 연극도 전국평균과 같은 2.0회를 기록했다.
음악, 미술 등 다수의 예술장르에서 관람횟수가 우리나라 평균을 넘어섰지만 뮤지컬(1.4회)과

무용(1.7회)은 전국평균(뮤지컬 1.7회, 무용 2.1회)에 조금 못미쳤다. 하지만 작품수가 아직까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매 공연마다 타 장르보다 많은 관객이 들어차는 점을 보면 앞으로 발전가능성은 충분하다.

점점 고급화되고 있는 흐름도 감지할 수 있다.

제주아트센터에서 지난해 열린 조수미, 뉴욕필 현악사중주, 러시아국립발레단 제주공연 등 최고 수준의 공연들이 매진을 기록했고, 2019 신년음악회인 빈필앙상블 공연도 전석 매진됐다.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귀포오페라페스티벌 등 다수의 무대에서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토스카' '사랑의 묘약' 등 명작 오페라들이 높은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고 오페레타 '이중섭', '뮤지컬 만덕' 등 창작공연도 종합예술에 목마른 도민들의 욕구를 채워줬다.

제주도립미술관도 '한국 근현대미술 걸작전' 등 꾸준히 국내·세계 명화들을 초대하는 걸작전을 개최하며 미술전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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