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식 21세기한국연구소 소장·정치평론가·논설위원

북한과 미국은 이 세계에서 가장 대화가 안되는 나라였다. 자칫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두 나라는 자칫 핵 스위치를 누를 수 있는 위험성을 보였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제1차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초보적인 협상관계가 개설됐다. 이제 북미양국에게 필요한 것은 협상과정에서의 신뢰다.

오는 27, 28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은 의제 선정만 놓고도 적지않은 갈등과 협상을 보여줬다. 2월 6~8일 북한의 김혁수 대표와 미국의 대북특별대표인 비건이 평양에서 한반도의 단계적 비핵화와 북한의 대규모 경제 개발문제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도 이 일차 북미회담에 크게 이바지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미국 NBC에 출연해 북미 간 대화 진전 상황과 관련해 "지금까지 진짜 영웅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고 언급했다.

지금 회담장소는 베트남의 하노이로 옮겨졌다. 회담의 분위기보다 회담의 관리에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을 말한다. 북미관계는 적대관계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서도 최고의 예우를 받는다. 남·북한에는 서로 같은 민족이 살지만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이제 남·북한이 사상과 제도는 다르다고 해도 민족으로서 공통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비건 대표는 평양을 방문해 김혁수 대표와 55시간동안 의제 조율에 나섰다. 그리고 비건은 오산 공군기지로 돌아왔다. 비건 대표는 서울, 미국 대사관에 들러 그동안의 진전상황을 백악관에 보고하고, 다음은 한·미·일 3국의 외무장관, 또는 대사급 인사들에게 브리핑했다. 지금도 이번 회담의 의제선정에 적지않은 어려움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비핵화인가, 아니면 대량살상무기(WMD) 문제인가 이런 문제들이 아직도 갈등을 갖고 있다.

북·미간에 이렇게 의제논의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대통령들의 외교행동은 과대 또는 과소행동은 없다는 입장이다. 행동으로 옮겨야 할 핵심적인 과제는 가장 적절한 행동만이 남아 있다. 지금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배치도를 모르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북한은 자신의 핵무기 일부를 '영변의 핵' 등으로 분류해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핵무기 이전체계를 점차적으로 없애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북한의 핵을 단계적으로 없애는 방향으로 회담에 임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평화정착과 경제정책의 변화도 그만큼 중요하다. 일단 2단계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은 '영변+알파' 지역과 분야에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급 장거리 운반수단을 없애는 대신에 그동안 한국 정부가 북한 지역에 투자했던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사업 등을 재개시킨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특히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남·북협상 방안이기도 하다.

미국은 '종전선언'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럴 때 북미회담은 평양에 대북연락사무소를 설치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서서히 완화한다. 그 가운데 우선돼야 할 것은 남·북한 사이에 이루어진 경제협력의 효과이다. 그럴 경우 남·북한 2개의 상이한 제도의 평화체제로의 이전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을 분단시대의 적대경제-남·북한의 평화와 경제협력체제-미국이 지원하는 평화체제로 바뀌게 된다. 한국의 '일부 야당' 그룹은 남·북사이의 적대관계를 계속할 것을 지향한다.

결과적으로 미국도 북한을 도울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일본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도와나갈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와 경제를 바꾸는 사업은 길게 진행된다. 이렇게 해서 북·미간에 한발작씩 물러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러지 않는 한 전쟁은 피할 수가 없다. 협상에서 한 사람은 승리자이자, 다른 한 사람은 패배자가 되는 협상방식이 아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모두 협상의 전문가로 거듭난다. 두 사람은 공동 승리자가 될 것이다. 이때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도 그 흐름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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