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희 (사)제주역사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지난 19일 제369회 임시회를 열고 활동에 들어갔다. 이번 임시회 기간에 다룰 여러 사안 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제주도가 제출한 행정체제개편안에 대한 처리여부이다.

제주지역의 행정체체개편 논의는 10여년 간 이어오고 있는 해묵은 사안이다. 2005년 7월 제주지역에서는 '제주도 단일광역자치-2개 통합행정시'안이 주민투표로 선택돼 이듬해 7월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켰다.

이렇게 해서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구조는 기존의 기초단체를 폐지, 도지사에게 이전의 4개 시장·군수의 권한을 모두 집중시킴으로써 '제왕적 도지사'라는 막강한 권력을 출현시켰다. 반면 행정계층은 '도본청-행정시-읍면동'의 3단계를 그대로 유지, 기존의 '시·군 기초단체-읍·면·동' 2단계에 비해 1단계 추가됨으로써 주민생활과 직결된 자금 집행 및 민원처리시간이 지연되는 불편을 가져왔다.

결국 한국 지방자치사에 한 획을 그으며 출범한 특별자치도였지만 불과 4년 만에 그 골격을 고쳐야 한다는 여론에 직면하면서 2010년 6.2 지방선거의 핵심쟁점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행정체제개편은 그동안 논의만 무성했지 공전을 거듭했다. 2011년 3월 행정체제개편위원회(행개위) 조례 제정과 1차 행개위가 구성돼 권고안 제출과 공청회, 토론회 등을 열었지만 부결처리 됐다.

이후 2018년 7월 출범한 제11대 도의회가 재논의를 강력 요구하면서 절차가 다시 진행됐고 2차 행개위 권고안이 제출된 후 1년여 이상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금 도의회에 제출돼 있다.

행정체제개편안은 내용에서도 1차 행개위가 권고했던 내용(기초의회 미구성, 시장 직선, 행정구역 재조정)과 4년이 지난 뒤 2017년 꾸려진 2차 행개위가 권고해 지금 도의회에 제출된 안과 거의 비슷하다. 도민들의 생각이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1·2차 행개위의 권고안에 대한 도민여론조사에서도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금 도의회에 제출된 개편안의 핵심은 ▲기초의회를 구성하지 않고 행정시장을 직선제로 선출 ▲현재 2개의 행정시 체제를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제주시, 서제주시 등 4개의 권역으로 재조정 ▲행정시장 정당공천 배제 등이다.

도의회는 이번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찬·반 투표를 통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다수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각자 의견들이 다른데다 시민사회와 정당들 간에도 이견을 내놓고 있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제출된 안에서도 실제 세부적인 면에서는 다듬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아 보인다.

지역의 행정체제개편과 관련해 저마다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 내놓는 의견들이 차이가 커 접점이 안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안도 없이 지금처럼 계속 방치할 수도 없다. 표출되는 서로 다른 의견들을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고 정치권의 몫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사안에 대해 도의회에서 동의한다고 해도 갈 길은 산적하다. 제주특별법의 개정을 위해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고 주민투표도 치러야 한다. 

이제 10여년간 이어오고 있는 논쟁을 어떻게든 정리할 시점이다. 행정시장 직선제든,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든, 읍면동장 직선제든 현재 지역사회가 당면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또다시 소모적 논쟁만 이어간다면 행정체제개편에 대한 동력은 상실될 우려가 크다. 부결된다면 이 사안을 얼마동안 수면 밑으로 내려놓을 필요도 있다. 10여년째 이어지는 논쟁으로 인해 도민사회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고 관심도도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체제개편 동의안이 과거처럼 아무런 대안도 없이 부결로 처리돼 없던 일로 될 것인지 아니면 원안 가결, 또는 부대의견 제시 등 어떤 결론을 낼 것인지 도의회의 27일 처리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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