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달빛, 계곡을 수놓는 선상가락에 용연의 밤은 깊어만 가네” ‘달빛의 정경, 물위의 음악, 뱃놀이이의 흥취’를 주제로 한 용연야범재현축제(추진위원장 홍순만)가 주말과 휴일인 25·26일 이틀 간 용연 한두기 포구에서 열렸다.

 올해 용연야범재현축제는 지난해까지의 선상음악회에서 시민참여축제로 그 영역을 확장하며 용연의 풍광은 물론 한시백일장·시조경창대회·전통 활쏘기 대회·줄타기 등 옛 풍류의 모습까지 고스란히 재현해 관람객들을 즐겁게 했다.

○…화창한 날씨 속에 25일 축제의 막을 연 한시백일장은 영주음사 회원 및 시민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춘산 이상학 선생이 고시관으로 참관해 눈길을 끌었다. 장원에 오창림씨(제주시 용담2동), 차상 고희순씨(애월읍 납읍리), 차하 박홍기씨(애월읍 수산리)가 차지. 사모관대차림으로 대한시우회 회원 및 시민 30여명이 테우 위에서 구성진 시조창을 쏟아놓은 시조경창대회에서는 김용호씨(제주시 오라동)가 장원을, 최정점(서귀포시 법환동)·김태종(애월읍 납읍리)씨가 차상·차하를 각각 수상했다.

○…구성진 민요가락에 맞춰 전통한량복장의 대한궁도협회 회원들이 선보인 전통활쏘기대회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이벤트. 그러나 동한두기서 서한두기의 과녁거리가 전통활쏘기의 145m에 못 미쳐 적중률이 낮게 나오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장원 김창수(제주시 일도2동)씨, 차상 김영규씨(제주시 연동), 차하 오순실씨(제주시 일도2동).

○…국내 최초 수상줄타기로 관심을 모았던 김대균 선생의 줄타기가 계곡사이의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지상에서 이뤄져 본래의 행사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막상 시작된 아슬아슬한 줄곡예에 숨죽여 지켜보던 관람객들은 박수갈채로 줄타기의 묘미에 화답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 선상음악회에서는 구름 한 점 없는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라 용연계곡의 풍취를 더해주었다. 이를 배경으로 테우 위에서 들려주는 조순자 명창의 잔잔한 여창가곡, 조상현 명창의 판소리 독창, 황병기 선생의 가야금독주, 이매방 선생의 살풀이춤은 그윽한 달빛의 용연 정취를 한껏 드날렸다. 또 제주시립합창단과 한라소년합창단, 테너 현행복씨의 노래와 제주시향의 연주 또한 용연계곡을 가득 메웠다.

○…제주시민의 무사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용왕제로 마무리된 축제 첫날행사는 순조로이 진행됐으나 행사 모두가 낮시간대 이뤄져 축제장은 참가자 외의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둘째날 역시 행사장을 가득 채우지 못하는 등 시민참여의 축제로 거듭나고자 하는 취지를 퇴색케 하는 등 축제준비 못지 않게 관람객 동원(?)에도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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