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사회부 차장

소통(疏通)의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않고 잘통함'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이다. 경청(傾聽)은 '귀를 기울여 들음'이란 뜻이다. 고사성어 겸청즉명 편청즉암(兼聽則明 偏聽卽暗)은 '두루 들으면 현명하고 치우치게 들으면 도리에 어둡게 된다'는 의미다. 중국 당태종이 책사 위징에게 "어떻게 해야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는가" "일을 잘못 처리하는 원인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위징은 "사람들의 의견을 다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정확한 결론을 얻을 수 있으나, 어느 한쪽 말만 듣고 그것을 믿는다면 일을 잘못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25일 제369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행정자치위원회를 속개하고 서귀포시 등을 상대로 주요업무를 보고 받았다. 이날 좌남수 도의원은 도민 사회 갈등의 원인을 소통 부족으로 정의하면서 행정의 소통방식을 질타했다. 좌남수 의원은 "행정은 일방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며 "행정이 지역주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것이 소통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또 "도지사나 시장이 주민을 100번 만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도민들의 애로사항을 들은 이후 도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고만 하지 말고 행정시가 해결 못할 것은 제주도로, 제주도가 풀지 못할 현안은 정부로 전달해 주민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모으는 것이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행정은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을 몇 번 만났다" "주민 의견을 검토해 정책에 반영하겠다" "주민이 만족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 등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제주해군기지, 제2공항 건설, 영리병원 등 제주에서 진행하는 각종 사업 현장 주민들은 행정이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좌남수 의원 말처럼 행정이 사업 추진을 위한 수단으로 소통을 활용하면서 사업 정당성을 설득하고, 주민에게 이해하라고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통은 귀를 기울여 듣는 경청을 기본으로 한다. 경청은 어느 한쪽 말만 듣는 것도 아니다. 귀를 기울여 듣고,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것이 행정이 해야 할 진정한 소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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