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조천만세운동 김백능 독립운동가 외손자·조카 인터뷰]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제주출신 김백능 독립운동가의 외손자인 김석근씨(오른쪽)와 조카 김용래씨가 지난 주말 제주시 조천읍 김백능 선생의 묘소를 찾았다. 한권 기자

3월1일 기념식서 대통령 표창 추서…조천만세운동 이끈 주역중 1명
김시범·김시은·김장환 선생과 한 집안…"항일운동 자부심 이어갈 것"

"기미년 집안 어르신들이 목숨을 걸고 조천만세운동을 이끌었습니다.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마음의 큰 짐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제주출신 독립운동가 김백능 선생(1898~1929)의 외손자인 김석근씨(71)와 조카 김용래씨(73)는 조천만세운동에 참여한 외조부이자 숙부의 유공 서훈 소식에 오래 묵은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놓은 듯 환한 웃음과 함께 감격스런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백능 독립운동가는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제주출신 독립운동가 4명 가운데 유일하게 제주에서 3·1운동을 한 인물로, 오는 3월 1일 기념식에서 정부로부터 대통령 표창을 추서받는다.

1919년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4일간 조천만세운동을 전개한 14명의 거사동지들 가운데 김백능 독립운동가와 9촌 당숙인 김시범 선생(1890~1948, 2018년 건국훈장 애족장), 7촌 당숙인 김시은 선생(1887∼1957,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은 뒤늦게나마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다.

반면 김백능 독립운동가는 서울에서 독립선언서를 숨기고 제주에 와 조천만세운동의 불씨를 지핀 10촌 형제 관계인 김장환 독립운동가(1902~?, 김시범·김시은 독립유공자의 조카)와 함께 지난 100년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터였다.

김백능 독립운동가는 조천에서 태어나 22살 나이에 한 집안인 김시범·김시은·김장환 독립운동가와 함께 1919년 3월 21일 조천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체포돼 1919년 4월 26일 광주지법 제주지청에서 칙령 제7호를 위반했다는 죄목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제주출신 김백능 독립운동가의 외손자인 김석근씨(왼쪽)와 조카 김용래씨가 김백능 선생의 생가에서 족보를 보고 있다. 한권 기자

조카 김용래씨는 제주에서 항일운동을 한 숙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외손자인 김석근씨를 대신해 국가기록원에 보관중인 수형인명부 등 재판기록과 항일운동 사실을 뒷받침해 줄 관련 자료를 수집해 2011년 12월 정부에 포상 신청을 했지만 수형 기준에 못미쳐 인정받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정부의 독립유공자 포상심사 기준이 완화되면서 올해 국가보훈처로부터 독립유공자로 인정 받았다.

김용래·김석근씨에 따르면 어릴때 불렸던 이름이 김백능이고, 족보에는 '김충환'으로 올라 있다.

김백능 독립운동가는 조천만세운동으로 재판을 받아 형무소에서 풀려난 뒤 목포에서 살다 슬하에 1남2녀를 남기고 31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현재 조천에는 김백능 독립운동가가 20여년간 살았던 생가와 묘소가 보존돼 있다.

김용래·김석근씨는 "할어버지 입장에서 장남은 가업을 이어야 하고 막내는 어리고 해서 둘째가 집안 어르신들과 함께 조천만세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 감시 때문에 돌아가신 뒤에야 제주에 모셔온 것으로 안다"며 "사진으로도 얼굴을 뵌 적이 없지만 명예회복을 위한 후손된 도리를 다하며 항일운동 집안의 자부심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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