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심 농가주부모임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장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있다. 누구든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얼마 전 대학 입시제도를 소재로 해 많은 관심을 끌며 인기리에 방송됐던 드라마 SKY캐슬에 대한 논쟁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라는 글을 올린 한 아나운서의 사연이 언급돼서인지는몰라도 요사이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된다. 그 아나운서가 자신의 성공비결에 대해 정직하게 노동하고 열심히 삶을 일궈낸 부모를 보고 배우며 알게 모르게 체득된 삶에 대한 태도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을 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이 밀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용' 자체가 신화 속 존재인 것처럼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미 전설이 된지 오래인 듯 싶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섰고 농가소득 4000만원 달성도 코앞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농촌의 현실은 용이 자라서 하늘로 승천하기에는 너무도 척박해졌다. 텅 빈 농촌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기고,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지도 오래다. 전국 읍·면 농촌지역의 43%는 소멸위험지역이라는 심각한 연구결과도 있다. 농촌이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농협중앙회는 올해부터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겠다며 40세 미만 농업 관련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청년 농부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바람직하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제주는 최근 몇 년 동안 불었던 이주열풍으로 농촌인구가 조금 늘긴 했으나 다시 시들해져가는 것으로 봐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 우리 농촌을 살려야 하는 이유이며 이를 위해 지역의 경제·문화면 등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농협의 대표자인 조합장을 잘 뽑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끊겼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노래소리를 잇고 청년들이 다시 찾는 아름다운 농촌을 만들기 위해 오늘 후보등록을 마친 조합장후보들이 보내온 선거공보를 꼼꼼히 읽어보고 최고의 공약을 찾는데서 부터 같이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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