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에 이어 민선 7기 제주도정을 이끄는 원희룡 지사가 도정운영 원리로 협치를 내세웠다. 민선 7기가 개막한 지난해 7월 11일 제주도는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도정 주요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민선 7기 도정 비전과 방침을 밝혔다. 도는 도정 비전으로 도민이 선택한 미래비전의 핵심가치를 반영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제주’를 선택했다. 도정 운영방침으로 도민 중심의 소통과 협치, 도민과 함께하는 새로운 성장,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로 정했다.

원 도정은 당시 민선 7기 임기동안 협력으로 도민과 함께하는 제주 건설을 위해 도지사 권한을 도민과 공유하는 제주형 협치 실현, 갈등관리 시스템 구축, 4·3의 완전한 해결과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 등을 핵심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속가능한 청정제주를 위해 적정수요 보전관리시스템(환경자원총량제 도입), 제주형 통합 물자원관리 시스템 구축, 하수처리 종합적·입체적 관리 등을 시행키로 했다.

특히 원 도정은 제주도의회와의 협치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를 취했다. 지난해 7월 13일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김택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와 도의 상설정책협의회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원 지사는 “이번처럼 소속 정당이나 정치적 기반을 달리하는 경우 도민의 뜻을 잘 살펴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하다. 협치와 연정을 낮은 단계에서부터 가능한 것부터 확대시켜 나가면서 도민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선 7기 출범 8개월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협치와 갈등관리 시스템은 낙제점이다. 협치는 실종됐으며 갈등은 봉합은커녕 오히려 확산되는 양상이다. 행정체제 개편의 경우 원 도정은 제주도의회와 정책협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지만 의회와의 협의과정 없이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을 전부 수용해 불쑥 도의회에 제출했다. 기초자치단체 부활까지 언급하던 원 도정이 갑자기 도의회에 ‘뜨거운 감자’를 넘긴 것이다.

국내 1호 영리병원인 국제녹지병원 개원 허가 역시 협치는 사라졌다. 원 지사는 공론조사위의 권고에 대해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며 수용 방침을 피력했지만 최종 판단은 달랐다. 결국 숙의민주주의 결과를 외면한 지사에 대한 분노와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도청 앞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제2공항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보다는 제2의 강정이 되어가고 있다. 합의에 의해 출발했던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및 기본계획 재조사 용역 검토위원회는 일방적 형태로 활동이 마무리됐다. 결국 지난 3년간의 갈등조정이 무산됐다. 여기에 원 지사가 지난 20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도의원들은 26일 제2공항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키로 했는데 지사가 담화문을 통해 제2공항 강행이라는 입장을 표명하자 불통행정이라며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도의원들은 “담화문 발표와 관련해 의회와는 어떤 협의도 하지 않았다. 특히 반대의견에 대한 배려없이 일방통행하고 있다. 도지사는 정부, 국토부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도민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제주사회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갈등 조정능력과 소통, 협치다. 민선 7기 제주도정은 도민 소통창구를 위해 도지사 직속으로 소통혁신정책관까지 뒀다. 그러나 제주도정의 의회와의 협치, 도민과의 소통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의견을 묵살하는 행태가 발생하고 있다. 지금처럼 제주사회의 갈등을 방치한다면 모든 정책은 소모적 논쟁 속에 빠져들 것이다. 무엇보다 제주사회 갈등이 비생산적·소모적 대립으로 지속될 경우 제주사회 발전과 통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원 도정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소통과 갈등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원 도정은 민선 7기 핵심과제로 도지사 권한을 도민과 공유하는 제주형 협치 실현, 갈등관리 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민선 7기 핵심과제가 도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언적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야 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