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君主)는 배요,백성은 물이다.물은 배를 띄우며 또한 그것을 뒤집기도 한다'

 옛부터 다스리고 다스림을 받는,이른바 치자와 피치자의 관계를 물과 배에 비유했다.제왕이라한들 백성이 없으면 힘을 쓸수가 없고,말없는 백성이지만 노하면 절대권력의 왕국도 뒤집을 수 있다는,경세 치국의 이치를 이르는 말이다.

배를 띄우는 것은 천기가 좋은 날 하면 그만이다.하지만 물위를 항해하는 배가 언제나 순항을 거듭하란 법은 없다.항해중 돌풍에 돛이 ㄱ여 한바다를 헤메일 수도 있다.예기치 않은 폭풍우에 뒤집힐 수도 있다.제왕의 권력도 마찬가지다.한번 권력을 잡았다고 해서 태평성대가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민심이 흉흉해지면 언제든지 뒤집힐 수도 있었다.그러기에 경세치국을 아는 군주들은 치세에도 난세를 대비했다.편안히 살면서도 위험을 염두에 두었고,민심을 살펴 백성을 하늘처럼 섬겼다.뱃길에 선장이 천기를 살피듯 그렇게 했다.그것은 곧 전제군주시대 제왕학의 기본정신이기도 했다.

 오늘날 민주주의 시대라고 해서 물과 배의 제왕학이 빛바랜 경전만은 아니다.그것은 정치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오늘의 위정자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대통령이 갖고 있던 국회의원이 갖고 있던,그리고 정당과 같이 집단이 소유하고 있던간에 그것은 국민으로부터 주어진다.권력의 바다에 배를 띄우고 뒤집는 것은 오로지 그들의 뜻에 달려 있다.예나 지금이나 민심을 떠난 권력이란 존재할 수 가 없다.전제군주시대와 다른 것이 있다면,그것은 물리적인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선거를 통해서 빈번히 이뤄진다는 점일 뿐이다.

 설날을 전후해 여야 정치권이 민심살피기,민심잡기에 촉각을 세웠다.권력의 망망대해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싫어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결과를 두고 속내를 비치고 있지는 않다.하지만 여야 모두가 예전같지 않은 민심 동향에 어쩔줄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굳이 시민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낙천 공천운동이 아니더라도 권력의 바닷기상이 심상치 않음을 절감하고 있어서다.

 집권여당의원들의 때늦은 장탄식하며,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이 대변인을 통해 설날세배 대신 시민단체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를 하는 한심스런 풍경들.

 치세에 살면서도 난세를 잊지 말라고 했거늘,하물며 난세에 살면서도 난세를 잊고 살아온 정치인들의 업보에 다름아닐 터이다. <고홍철·논설위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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