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장·논설위원

제주도의 해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모래들이 분포하고 있다. 삼양과 우도의 검은모래, 화순 금모래, 우도 홍조단괴모래, 중문색달 오색모래, 흰모래 등은 제주의 지질과 지형 그리고 해양환경을 그대로 반영하는 자연의 결과물들이며 제주에서만 관찰되는 보물 같은 존재들이다. 이러한 모래들은 바람과 물의 운반 퇴적작용을 거치면서 오랜 기간 아름다운 해변경관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모르게 모래해변과 모래언덕들이 그 원형을 잃거나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제주 해안에 분포하는 모래의 운반과 공급에는 제주해안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연안류에 의해 이뤄지는데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으나 물리적으로는 지속적인 운반과 퇴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적인 흐름을 차단하는 해안의 인위적인 구조물은 연안류의 흐름을 방해해 모래의 지속적인 공급을 방해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연안류 흐름의 방해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현상은 일정한 장소의 모래가 사라지거나 모래가 없었던 곳에 모래가 쌓이는 일이 대표적이다. 

해안변의 인공구조물 설치로 인한 악영향은 제주도 해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최근 들어 해안의 모래유실 속도가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다. 그러한 곳들의 주변을 조사해 보면 해안변의 건축물들과 해안도로 건설, 방파제 축조 등이 나타나고 있으며 해양산업의 육성이라는 마을발전사업들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한 가지를 얻으면 한 가지를 잃는다는 논리가 딱 맞아 떨어지는데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모래유실이 가장 눈에 띄는 지역은 화순금모래 해변과 사계용머리해안 일대다. 이곳의 직접적인 원인은 화순항 확장공사로 인한 영향으로 추정되지만 화산재 기원의 황금색 모래가 기약 없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올레를 걷는 이들의 즐거움도 사라지고 독특한 화산지형들이 원형을 잃어가는 것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우리는 무엇이 사라지는가에 대해 무심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모래유실과 관련해 주의 깊게 들여다 볼 곳은 최근 들어 많은 탐방객들이 몰리는 월정해변이다. 월정리 마을은 대부분 흰모래로 구성되며 해안에서부터 내륙까지 제주도 최대의 사구가 발달한 지역이다. 사구들은 높이가 최대 5m까지이며 주변의 토양들은 거의 대부분 사질토양을 이루고 있기도 한 곳이다. 이러한 사구의 발달은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하이라이트인 당처물동굴을 만든 소중한 보물로서 전 지구적으로 하나 밖에 없는 세계인의 유산이기도 하다.

월정리 해변의 건축물들은 월정리 해안을 따라 계속해 들어서고 있고 건축이 이뤄지는 곳들은 이전에 사구들이 분포했던 곳들이어서 미래에 월정리 해안의 경관에 어떠한 영향을 초래할 지 자못 걱정이 든다. 사구를 보호하는 법이나 제도가 미약한 것이 현실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없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아직은 계획 중에 있는 곳이긴 하나 제주시 이호해변에도 대규모 위락시설이 계획돼 있는데 이러한 시설들이 이호해변에 어떠한 영향을 초래할 지도 지켜봐야 할 일이다. 모래는 제주해안을 오랫동안 지켜온 주인공들이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그저 모래알갱이로만 바라보는 시각들이 있는 한 우리는 어떠한 재앙을 받아들여야 할지 염려되기도 한다.

전 지구적으로 통용되는 지속가능 발전이라는 단어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지속가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모든 것들을 포함하는 말이다. 또한 한번 잃어버리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다는 것에도 명심을 해야 한다. 법과 제도적 보완이 우선 시급한 일이며 해안 경관을 유지하는 대상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1/16mm의 작은 입자인 모래가 시나브로 사라져 버리는 것은 제주의 소중한 보물들을 사라지고 있다는 것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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