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서령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故 김서령 작가의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를 출간했다.

저자는 배추적이 '얕은맛'의 갈치구이 따위는 따라올 수 없는 '깊은 맛'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깊은 맛이란 외로움에 사무쳐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그런 맛이다. 허드레 음식으로 쳐서 남자 상에는 잘 올리지 않았으니 남자들은 잘 모르고, 곱게 자란 처녀들도 그 맛을 몰랐다.

밍밍한 배추적의 맛은 상처받아 관대해지고 한편으로는 의젓해진 아녀자들이 아는 맛이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은 줄곧 안동지방 양반가 안채의 풍속과 사랑채의 역사를 섬세한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문장을 따라가면서 '글로 그린 그림' 같은 묘사와 폭넓은 사유를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스해진다. 푸른역사·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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