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년 제주항일사업 과제 (하)]

사진은 조천만세동산 일출(자료사진)

제주도, 23년전에 펴낸 '제주항일독립운동사' 집대성 작업 유일
제주학연구센터·여성가족연구원 예산·인력 지원 통한 연구 필요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제주도가 다양한 기념사업과 행사를 추진하고, 항일운동 유산 계승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정작 제주 항일독립운동사와 관련한 연구는 미진하다. 제주 독립유공자 발굴 못지않게 이들의 업적을 세세히 기록하고 역사를 연구하는 작업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도내 전문 연구기관이나 연구원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2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제주 항일운동사 연구에 제주도의 관심과 의지가 요구된다.

△기록작업 무관심

제주도보훈청에 따르면 제주 항일운동과 관련한 기록물은 제주도가 1996년 발간한 '제주항일독립운동사'와 2005년 김찬흡 향토사학자가 펴낸 '제주항일인사실기' 자료집만 활용하고 있다.

제주해녀항일운동에 대한 자료집도 제주해녀항일투쟁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제주해녀항일투쟁실록(1995년)'뿐이다.

사실상 제주도가 집대성한 항일운동 기록물은 23년 전 '제주항일독립운동사'가 유일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2016년 국가기록원이 3·1운동 97주년을 맞아 처음 발간한 '여성독립운동사 자료총서(3·1운동편)'에 제주출신 고연홍 독립운동가의 기록이 뒤바뀐 채 편찬되는 사태가 빚어졌어도 본보 보도(본보 2016년 3월 8·9·10일자 1면, 3월 11·24·25일자 4면, 4월 13일자 6면)가 있기 전까지 제주도는 이같은 오류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는가 하면 역사기록을 바로잡는 일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제주도가 오는 11월 사업비 4600만원을 투입해 애국지사의 구술자료·항일관련 고문헌·사진 등이 담긴 제주항일독립운동사 자료집 1000부 발간을 계획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법정사항일운동 조천만세운동, 해녀항일운동 3대 항일운동에 국한돼 있는데다 집대성 작업과는 거리가 멀다.

항일운동과 관련해 독립유공자·운동가들의 업적을 기록하는 자료집과 증보판 발간 등 보완작업에 제주도가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찬식 제주학연구센터장은 "제주항일독립운동사는 정부기록보존소(현 국가기록원)에 보관중인 항일운동 관련 판결문을 중심으로 작업이 진행돼 수형인명부 등 행형자료를 추가 발굴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큰 틀에서 볼때 어느 정도 정기가 마련됐을 뿐 세부적인 추가 조사와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 연구기관·연구원 전무

제주 항일독립운동사 연구 재개도 당면 과제다.

현재 도내에 일제강점기 제주 항일독립운동사와 관련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나 연구원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제주 항일사료를 보관하고 있는 제주도보훈청 소속 제주항일기념관에도 학예연구사 1명만 있을 뿐이다.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는 제주출신 여성독립운동가 연구를 위해 2017년 12월 제주여성가족연구원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가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이마저도 제주도의 관심 부족으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다.

1996년 제주도의 항일운동사 집대성 작업 이후 국가기록원이 보관중인 수형인명부와 판결문 등 행형자료에 대한 추가 조사와 연구가 시급한데도 이를 수행할 연구기관이나 연구원은 없다보니 사실상 관련 연구는 멈춰버린 상황이다.

때문에 도내 공기관인 제주학연구센터나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 대한 예산·인력 지원을 통해 제주항일운동사 연구작업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장은 "제주출신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동선을 제주지역에만 국한시켜서는 안된다. 해외활동까지 국내·외로 포괄적으로 바라보고 그에 기반한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연구기관과 연구자들이 항일운동사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도록 인력·예산 등 제주도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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