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이학박사·전 동국대교수겸 학장

제주도에 영리(營利)병원이 설립된다는 보도가 있다. 그것마저 국내 1호의 기록이란 점에서 눈길을 모으며 선구(pioneer)적 의미까지 담아낸다.
 

하지만 새로운 탄생이 기존(旣存)구도에 대한 변화를 의미하는 까닭에 찬성과 반대라는 상반된 여론에 부딪힌 것은 당연하다. 전통적으로 내려온 인습이고 가치관이 포함된 구도(frame)에서 탈피하는 도약(跳躍)모습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앞서가는 시대사조에 합류한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모방문화에 젖어들면서 이익추구에 우선하는 경영측면을 앞세워 온데서 문제되고 있다.

오늘날 세계를 주도하는 자본주의는 이익(profit)추구에 우선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생명을 담보로 삼는 의료분야까지 돈을 앞세운다면 생명외경(生命畏敬)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순이 따른다.

거기에다 제주도민의 진료마저 외면하게 될 경우 의료분야에서 강조하는 평등과 자비(慈悲)정신에도 멀어지게 만들어갈 뿐이다.

또한 국적(國籍)과 신분에 따른 차별적 치료로 하여금 평등사회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은 물론 자유와 평등을 강조하는 시대흐름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설립계획에 대한 수정과 더불어 보완책을 강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밀림(密林)의 왕자로 칭송받아온 시바이처를 떠올린다. 그는 독일의학자로 알려졌지만 내면에 철학으로 채워졌고 뒤늦게 배운 의학의 경우 방법론에 불과하다. 모든 영역과 사물에 걸친 원리를 터득하며 지혜에 초점을 맞춰온 것이 철학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바이처도 환자치료에 주력하는 단순성보다 병고(病苦)에 시달리는 현지주민에게 자비심을 베풀기 위한 수단으로 현장에 다가간 것이다.

그런 결과로 시바이처는 인류평화에 기여하면서 세기(世紀)의 위인으로 칭송받는 위치에 서게 됐다. 유사한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등장했는데 아덴만영웅으로 알려진 이국종 교수가 대표적이다.

지금도 헬기를 이용해 위급한 환자구출에 정력을 쏟고 있음으로 희생정신과 중생구제의 자비심이 없고서 불가능하다. 의학기술을 수단으로 삼는 돈벌이보다 정신에 무게를 둔 것임으로
시바이처정신을 계승한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반적 추세는 돈벌이에 우선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의사들의 세부전공에서 얼굴을 뜯어고치는 성형외과(成形外科)가 압도하며 위급환자를 구제하는 외과의사는 뒤로 밀리고 있다.

서울강남에는 성형수술을 위해 외국인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들에게 홍보를 위해 간판과 포스터들이 넘쳐남으로 고품격의 도시경관과는 거리를 둔 모습이다.

이익을 앞세운 진료활동이야말로 인간생명을 중시하는 기본정신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거리풍경과 국가품격(品格)까지 먹칠로 이어지게 만들 뿐이다. 정책마저 이런데 합류해 나간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치를 상실한 것은 당연하다.

이런 사실에 유의하면서 영리병원을 설립하는 제주도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고 도민을 위한 참다운 위민(爲民)정책을 펼쳐 나갈 때다.

제주도는 현재 국제관광지로 격상하는 단계에 놓여있다. 그렇다면 관광객을 의식한 수입확대를 앞세우며 이를 위한 방법으로 병원설립을 계획하는 것도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명칭에서 영리를 앞세우는 것이 부정적 이미지를 담아내게 됨으로 이것부터 "인간애(humane)와 보듬음(healing)"을 앞세우고 이런 방향으로 수정하며 경영하는 것이 온당하다.

시설에서도 국내외용으로 양분(兩分)하면서 국적(國籍)에 따라 차별이 없는 치료를 통해 생명에 대한 외경사상을 실천하는 병원으로 위상을 굳히며 앞서가는 위치에서 시범(示範)상을 보여 나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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