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프랑스에서 막을 내린 제5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취화선」을 연출한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자 국내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온갖 찬사를 쏟아냈다. ‘받을 사람이 받은 것에 불과하다’는 점잖은 것에서부터 ‘한국 100년 영화사의 최대의 쾌거’라는 호들갑스러운 것에 이르기까지 그 찬사의 종류도 다양했다.

 하지만 융단폭격처럼 쏟아지는 헐리웃영화 그리고 ‘엽기’와 ‘조폭’이라는 코드로 중무장한 국내 영화의 유혹을 용케 뿌리친 채, 영화 「취화선」을 관람한 이들은 씁쓸해 하고 있는지 모른다. 도내 상영관의 경우, 1회 평균 관객이 겨우 20∼30명에 불과할 정도로 우리나라 ‘국가대표’감독이 연출한 작품을 찾는 이의 발길이 너무 적다는 걸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취화선」의 관람객은 지금까지 45만 명.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최근 줄줄이 쏟아진 한국영화의 ‘대박’행진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임에 틀림없다. 좋은 영화가 반드시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영화사(映畵史)를 몇 장만 들춰봐도 아는 일이다. 하지만 단지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작품을 외면하는 것도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왜냐하면 관객이 외면하는 곳에서는 결코 제2, 제3의 임권택 감독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특정한 세대와 시대를 열광시키는 범작들은 많지만 그 모두를 아우르는 수작은 드물다. 흥행부진이라는 안타까운 이유로 「취화선」의 간판이 내려지기 전에 영화관을 찾아가자. 그것이 또한 「취화선」의 주인공 오원 장승업 만큼이나 굴절 많은 삶 속에서도 이 땅의 한(恨)을 탐구해왔던 노(老) 감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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