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한의사·한의학자문위원

요즘 우리는 스트레스라는 말을 많이 듣고 쓴다. 이 단어는 원래 '팽팽히 조인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물리학에서 처음 사용하였고, 의학계에서는 1938년 한스 셀리에(Hans Selye)라는 의사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몸의 균형을 깨뜨리려는 자극에 대해 몸이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반응의 의미로 스트레스를 정의하였다.

성인들은 스트레스를 항상 받고 있다. 그러면 아이들에게도 스트레스가 있을까?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어린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스트레스라는 말 자체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흔히 아이들은 스트레스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오해와는 반대로 아이들이 어른들에 비해 스트레스 상황에 더 많이 노출된다. 성장하면서 단계마다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새 학기가 되면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아이들도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신호를 보낸다.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 짜증이 늘고 예민해진다. 식욕과 잠 자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키와 몸무게 느는 속도가 떨어진다. 산만해 지거나 흥분한 상태가 계속되고 물건을 던지는 등 난폭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말 수가 줄거나 우는 회수가 증가하기도 하고 잘 가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안 가겠다고 우기는 아이도 있다. 천식, 비염, 아토피성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뿐만 아니라 장에도 염증이 생겨 과민성 대장증후군 같은 장 질환도 생기기 쉽다. 이유 없는 두통도 자주 호소하지만 가장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것은 복통이다.

아이가 이런 증상이 있다면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잠을 충분히 잤는지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났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의심할 수 있다.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될수록 수면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이겨 내려면 수면시간을 늘려야 한다. 잠은 스트레스를 치료하는 보약이다. 충분한 수면은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염증을 없애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한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시원한 방 온도를 유지하고 잠자기 2시간 전에 음식 먹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그래도 잠이 부족하고 스트레스가 심하면 숙면과 면역력을 돕는 한약이나 침 치료로 아이들 건강을 유지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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