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그럼 누가 합니까". 일제의 잔혹한 고문으로 고통스러운 날을 보내면서도 끝까지 항거하는 유관순에게 감옥에서 배식을 담당했던 이는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요?"라고 묻고 유관순은 이렇게 답한다. 유관순(1902~1920) 열사를 다룬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비좁은 공간에 25명의 수인들이 서 있었던 서대문감옥 여옥사 8호실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좁디좁은 여옥사는 밤에는 다같이 누워 잘 수도 없어 몇 명씩 시간을 정해 교대로 눕는다. 하루종일 가만히 서 있으면 다리가 붓는다며 원을 그리면 천천히 걸어다닌다. 유관순이 여옥사에서 만나는 여성독립운동가들 또한 과거에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으나 만세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들이다.

일제강점기 독립만세운동의 선봉에 섰던 여성은 유관순 열사만이 아니었다. 어린 학생부터 평범한 주부, 간호사, 기생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의 만세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은 물론이고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올해 뒤늦게 서훈된 여성 독립유공자는 총 75명이다. 이로써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여성 독립유공자는 357명에서 432명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전체 독립유공자 1만5511명의 2.7%에 불과하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검정 역사교과서에 실린 여성독립운동가는 11명뿐이다.

근현대사 인물까지 합쳐도 여성은 16명에 불과하다. 남성은 독립운동가 및 근현대사 인물 총 192명이 1355회 언급된 데 반해 여성은 38회 언급되는 데 그쳤다. 그동안 독립운동사에서 조연으로 치부돼온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이 활발해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난해 정부가 인정 기준을 완화한 덕분에 작년 한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여성은 총 60명으로 전년도(11명)의 6배 수준으로 늘었다. 정부는 독립유공자 인정 기준에서 '수형(옥고) 3개월 이상'이라는 항목을 없애고, 학생의 경우 수형 사실이 없더라도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퇴학 등 징계를 당한 경우 포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여성은 일기, 회고록, 수기 등 직·간접 자료에서 독립운동 내용이 인정되면 서훈하기로 했다.  

올해는 3·1만세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다. 얼마전 거행된 3·1절 기념식에서도 독립선언서 다시 읽기 등 어느 해보다 특별하게 치러졌다. 하지만 여전히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추모사업에 치중하다 보니 소홀했던 기초 조사·연구를 강화해 잘못된 역사 서술을 바로 잡아야 한다. 또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선양작업도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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