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부축 없이 혼자 승용차 탑승…부인 이순자씨 동행
오후 1시 30분께 광주지법 도착 예상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재판 출석차 광주로 출발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32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승용차에 탑승해 부인 이순자 여사 및 경호요원들과 함께 광주로 떠났다.

흑색 정장에 연한 노란색 넥타이 차림으로 자택 정문을 나온 전씨는 아무 말 없이 바로 에쿠스 승용차에 탑승했다. 전씨는 내란수괴 등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인 1995년 12월 2일 자택 앞 골목에서 검찰 소환 방침을 정면 반박하는 2쪽 분량의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전씨는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지 않고 집에서 혼자 걸어 나와 승용차에 올랐다.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지만, 거동에는 큰 이상이 없어 보였다.

에쿠스 승용차 뒤는 경호요원과 형사들이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승용차와 승합차가 뒤따랐다.

큰길로 나가는 골목에서 한 시민이 '문재인 정권 인민재판 규탄한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전씨가 탑승한 승용차 앞을 가로막았다가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전씨 일행이 서울 시내를 지나는 동안 따로 신호통제를 하지 않았다. 출근 시간이라 고속도로로 향하는 구간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졌다. 현재 전씨가 탄 차는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한 상태다.

전씨 일행은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충남 논산을 지나 호남고속도로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전씨는 광주에 도착하기 전 모처에서 점심을 먹을 것으로 전해졌다.

연희동에서 광주지법까지 거리는 270㎞다. 내비게이션 기준으로 오전 8시 30분 출발하면 4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온다. 경찰은 점심시간을 포함해 오후 1시 30분께 전씨가 광주지법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오전 연희동 자택 앞에는 '자유 연대' 등 보수 성향 단체 회원 50여명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전씨가 탄 차가 지나가자 "가면 안 된다"고 외쳤다.

경찰은 질서 유지를 위해 자택 인근에 경력 6개 중대 350여명을 배치했다.

광주지법 재판부는 앞서 전씨가 알츠하이머와 독감 증세를 호소하며 재판에 2차례 불출석하자 구인장을 발부한 바 있다. 경찰은 전씨가 광주지법에 도착하면 구인장을 집행할 방침이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로 비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비오 신부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인물이다.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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