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있는 다양한 자연유산 가운데 하논분화구는 앞으로 복원하고 보전해야 할 중요한 인류의 유산이다. 문재인 정부도 하논분화구 복원을 제주도를 동북아시아 환경수도로 육성하는 사업의 하나로 인식해 지역공약으로 선정했다.

하논분화구는 서귀포시 호근동에 있는 마르(maar)형 분화구다. 바닥에는 5만여년 동안 형성된 깊이 7m의 이탄습지가 존재해 시대에 따라 식생과 기후가 어떻게 변화되었는가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로인해 '생태계의 타임캡슐'로 일컬어지고 있다.

특히 2012년 9월 제주도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제주형 의제 5건에 하논분화구 복원·보전이 포함됐다. 당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하논의 가치를 고려해 '대한민국 정부는 자연환경보전 종합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보전 대상지가 더 이상 훼손이 가속화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수년째 답보상태였던 복원과 보전 계획은 문재인 정부가 하논분화구 복원을 국정과제 제주지역공약에 환경수도 육성에 필요한 사업으로 선정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하논분화구 보전 및 복원 3단계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하논분화구 생태적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비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더구나 지난 1월 서귀포시 하논지구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이 의결되면서 상당수 토지가 보전녹지에서 자연녹지로 변경되면서 토지 보상비를 포함해 총 사업비가 1.5배 늘어난 393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사업비가 늘어나면서 복원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이 사업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도는 추진계획을 면밀히 수립해 정부와 협의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국정과제임을 인식, 복원·보전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하논분화구 복원은 제주를 세계환경수도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세계 최대 환경단체인 세계자연보전연맹에 보내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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