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이사·선임기자

권한남용으로 오라단지 표류

제주특별자치도는 특별한 자치도이다. 정부가 제정한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 따라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 육지부 자치단체와 달리 스스로 결정·집행할 수 있는 각종 인허가 권한들이 많다. 또 다섯차례 제도개선을 통해 중앙행정권한 4000여건이 더 이양되면서 도지사의 권한이 막강해지는 등 '제왕적 도지사'의 입지가 굳건하다.

반면 제왕적 도지사가 인·허가 권한을 독점하면서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놓고 도민사회가 겪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법률·조례에 근거하지 않은 도지사의 권한 남용과 말 바꾸기로 제주 행정의 국제적 신뢰도가 추락한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이 대표적이다.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은 20년전부터 다섯차례나 중단된 개발사업 부지를 싱가포르나 마카오의 선진 관광지처럼 '초일류 복합리조트'를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사업부지를 매입한 JCC(주)는 5조2000억원을 투자해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하는 계획서를 2015년 11월 제출해 지난 2007년 6월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의 환경영향평가 심사까지 2년간 법률·조례에 근거한 인·허가 절차를 받았다. 한편, 오라단지조성사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환경훼손의 갈등을 낳자 원 지사는 "20년전부터 개발된 곳으로서 의회의 환경영향평가 동의후 사업자가 제출할 자본조달계획을 자세히 검토해 최종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 지사는 환경도시위 심사 도중 도의회 의장의 갑작스런 오라단지 자본검증 요청을 수용하면서 말을 바꿨다. 자본검증이 당시의 법률·조례상 근거가 없음에도 강제한 결과 '초법적 행정' 논란을 초래했다. 심지어 행정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다가 지난해 12월말 법적 근거가 없는 자본검증위원회를 열고 "총사업비 중 분양수익을 제외한 자기자본의 10%(3373억원)를 2019년 6월말까지 제주도 지정계좌로 먼저 예치하라"는 무법적 지시를 내림으로써 초일류 복합단지 조성도 표류하고 있다.

원 도정의 초법적 규제와 일관성 없는 행정처리로 오라단지 조성사업이 또다시 '물거품' 위기에 놓이자 20년 숙원사업 해결을 기대했던 오라동 주민들이 발끈했다. 오라동발전협의회(회장 박연호)는 최근 도의회를 찾아 자본검증을 둘러싼 원 도정의 무(無)법적 절차와 의혹, 법률 불소급원칙 위반, 원 지사의 직권남용 등 5개 항목에 대한 행정사무조사를 요구했다. 작년 12월16일 제주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인천 영종도에 2조8000억원을 투자할 미국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복합리조트가 2022년 6월 개장하는 점을 감안할 때 오라동 주민들의 실망감 섞인 분노를 이해하고도 남는다.

원 도정의 자본 검증과 3373억원의 선(先) 예치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초법적 규제이기에 도의회를 중심으로 제왕적 지사의 권력남용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도가 "투자여력 확인" "자본검증 공감대 형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결과 '무법 행정'의 오명을 자초하고 있다. 관련법상 개발사업심의위원회가 사업자의 투자여력을 검증할수 있음에도 법적 근거가 없는 자본검중위원회에서 3373억원 유치를 요구해 초법적 규제란 혹평을 받는 것이다.

'무법 행정' 피해 도민 떠안아

무법적 관치행정과 투자 환경은 국내외 투자자뿐만 아니라 도민들조차 반기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행정의 신뢰 하락은 해외든, 국내든 투자기피를 불러온다. 또 대기업이 없는 등 토종자본이 열악한 지역실정상 침체일로의 제주경제는 더 악화되고, 투자 기피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전가된다. 

제주도 행정이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과 절차를 준수하는 예측 가능 행정이 시급하다. 예측이 불가능하면 도민들 조차도 혼란에 빠지기 십상이다. 법과 절차를 준수하는 도지사의 당당한 행정권한 행사와 도민통합 리더십이 발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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