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문화로 꽃 피우다11-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모범사례③

푸젠성 '문화 자부심'부상…무형유산보호센터 구심점 역할
역사성 강조·접근성 확대 등 인프라 활용 신규인력 창출로
무형문화유산법·민족민속 문화 보호 규정 법·제도 지원도

문화 다양성과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무형유산 보호의 핵심은 공동체에 있다. 유산의 보호 관리에서 있어 해당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애기다. 모범사례의 요건에 '공동체나 집단, 개인의 참여나 그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진 사전 동의'를 전제한다. 푸젠성 인형극의 전승·보전 시스템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모범사례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푸젠성 무형유산보호센터'라는 구심점이 있었다.

보호 모범사례 요건

'보호 모범사례'산정은 비교적 까다롭다. 최소 9개의 요건에 부합해야 한다.

모범사례 인정 제안서가 접수되면 유네스코는 두 차례의 평가 과정을 통해 이를 심사한다. 첫 단계는 인가된 NGO 6개 및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심사보조기구의 평가로, 이때 제출 당사국이 해당 프로그램 및 프로젝트와 활동이 관련 요건을 충족시킨다는 것을 충분히 입증하였는지에 대한 초기 판단을 내린다. 심사보조기구는 권고서를 작성해 협약 당사국 전체의 대표로 선출된 24개 위원국으로 구성된 정부간위원회에 제출한다. 정부간위원회는 매년 말 모여 제안된 활동이 협약의 원칙과 목적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판단하여 보호 모범사례로 선정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심사보조기구와 위원회는 제안서를 꼼꼼하게 살펴 모범사례로 삼는다. 

해당 프로그램, 프로젝트, 활동은 무형유산보호협약 제2조 3항에 정의된 보호 개념을 포함해야 하고, 지역 및 소지역 또는 국제 차원에서의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협력적인 노력을 고취시키는지를 가늠한다. 또 무형유산보호협약의 원칙과 목적을 반영하는지 여부와 관련된 무형문화유산의 생명력 증진에 효과적으로 기여했음을 검증한다.

관련 공동체 및 집단 또는 개인의 참여나 그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진 사전 동의를 거쳐 이행하거나 이행할 것임을 분명히 할 것을 주문한다.

이밖에도 사례에 따라 소지역이나 지역 또는 국제 차원의 보호 활동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평가가 가능한 경험을 포함하며 사례나 정보의 적극적 홍보와 공유를 약속하도록 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개발도상국들의 특정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잃어버린 문화 복원

이런 측면에서 '후세대 푸젠성 인형극 실연자 육성 계획'은 비교적 정교하게 요건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관련 협회 및 대표 보유자가 머리를 맞대고 후세대 푸젠 인형극 실연자 양성 및 푸젠 인형극 보호 증진을 위한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인력 양성과 공연을 위한 극장을 조성했다. 주요 보호 조치 가운데 하나로 푸젠 인형극의 목록 작성 작업을 명시하고 있다. 이 작업을 위해 신규 데이터베이스를 특별히 구축해 59개 레퍼토리와 보유자 70명에 관한 자료를 확보했다. 

대표 보유자들이 해당 공동체 관계자와 함께 전통 레퍼토리를 수집 및 정리하고 학술 자료와 글을 집필, 출판하는 등 푸젠 인형극 보급 환경을 개선했다. 이 과정에서 취안저우 인형극단은 푸젠성 인형극의 잃어버린 걸작품인 '목련구모(Mu Lian Jiu Mu)'를 발굴하고, 복원을 위한 긴급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들이 공유되면서 인형극의 대중화와 지역 내 인식 향상에 영향을 줬다.

현재 푸젠성 무형유산보호센터라는 전문 기관 아래 다양한 단체들이 정규 교육 및 견습 제도 실시, 인형극단 육성 등 푸젠 인형극의 전승과 개발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푸젠성 무형유산보호센터는 또한 공동체 차원에서 인재 육성, 관련 지식 학습 및 문화 향유 증진을 위해 푸젠 인형극 관련 교재 편찬 및 대중 서적, 영상, 음원 자료 등을 보급하고 있다.

보유자 재정 후원, 인증 획득 지원 제공, 공연장과 양성 기관 및 전시관 신설 문화예술 교류 프로그램을 통한 지역·국제 간 협력 개발 및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인형극 공연과 인형공예 증진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유지 가능 분위기 조성

이 같은 분위기는 지역내 문화 인프라 등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취안저우시 무형문화유산 박물관은 지역내 무형문화유산 자료를 집대성하고 홍보할 목적으로 조성했다. 이중 상당 부분을 푸젠성 인형극에 활용하고 있다. 맥이 끊길지 모른다는 위기를 딛고 현재 인형 제작과 공연 등 분야별로 전승 체제가 갖춰졌음을 소개하고 있다. 매년 소장·전시물이 늘어나면서 신규 시설로 확대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취안저우시 자리 박물관내 커뮤니케이션 전시실도 푸젠성 인형극 관련 내용이 핵심이다. 과거 공연 모습을 재연한 전시물과 최근 국내·외 공연 정보까지 상세하게 안내하는 등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노력들은 인형극을 배우고자 하는 심리로 이어졌다.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인형극을 접하고 배우나 스텝으로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역 내 인형극단들이 매년 신규 인력을 받는 시스템도 갖추게 됐다.

계획 이행을 위해 중국 무형문화유산법과 푸젠성 민족민속 문화 보호 규정도 마련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전통 공연 예술을 보호하기 위해 참고할 수 있는 실용 모델로서 가치를 입증하기는 했지만 지속가능성은 아직 빈 칸으로 남겨져 있다.

전승·보전을 위한 지원 장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한 무료 시연 성격의 공연이 대부분이다. 학교와 연계한 프로그램이나 정부·지자체의 지원만으로 '인형극단'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왕진셴 명예단장은 "전통문화를 지킨다는 자부심만으로 '후세대'를 유지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다양한 기회와 콘텐츠 활용을 통해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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