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강혜명 인터뷰

제주 KAL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강혜명 소프라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 9월 제주에 특별한 무대가 만들어진다. 제주아트센터 기획 공연으로 꾸려지는 글로벌 오페라 '카르멘'이다. 치명적인 매력의 집시 여인과 열정적 사랑을 다룬 비제의 오페라는 제주에 닿으며 그 색과 결에 변화를 줄 예정이다. 그 중심에 제주 출신 소프라노 강혜명이 선다.

프랑스의 유명 테너와 바리톤, 중국 음악인 등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와 이후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잠시 제주에 들른 강씨를 만났다.

강씨에게 '제주'는 특별함이다. 지난해 4·3 70주년 홍보대사로 제주 역사를 알리는 역할을 맡았고, 한국 오페라 70주년 기념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 동백꽃 여인'의 여주인공으로 제주 무대에 섰다. 여순 사건을 다룬 오페라에 참여한 배경에도 제주가 있다.

강씨는 "'제주'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강씨는 현재 스위스 오페라 '나비부인'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주인공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던 참에 '제주가 불러서' 하루라는 시간을 냈다. 알려진 경력도 화려하지만 소프라노 강혜명의 이력에는 남다른 것이 있다. '할 수 있겠냐' '가능하겠냐'는 한계를 넘어선 의지다. 오페라의 본고장이라는 이탈리아에서 '동양인'이라는 핸디캡을 이기고 주연을 따낸 과정 자체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다. 지난 2016년 이탈리아 타오르미나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작 주역으로 동양인이 발탁된 최초의 기록도 강혜명씨가 썼다.

강씨는 "제주가 부른다는 것은 뭔가 시야를 넓히고 무대를 기우는 시험을 한다는 얘기"라며 "제주 문화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했고, 또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글로벌 오페라 연출도 그런 생각의 일환이다. 이후 진행되는 오페라 프로젝트에도 크고 작은 힘을 보탤 예정이다.

강씨는 "중국에는 영화감독 장예모가 만든 '인상'시리즈가 있다. 그것만 보러 가기도 하고, 그 지역에 가면 꼭 봐야 하는 문화 공연 상품"이라며 "제주에서도 가능하다고 본다. 당장 어렵다면 사람을 키우고, 시험을 하고, 필요한 것을 채워 넣는 것으로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가능하다면 제주4·3을 주제로 한 오페라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같은 생각을 하는 예술인들이 모여 제주를 위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우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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