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는 학생이 희망진로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서 배우고 기준학점을 채우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과도한 성적 경쟁과 입시에 대한 부담을 덜고 진로와 적성에 따라 수업을 듣도록 하자는 취지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인 교육공약이다. 교육부는 지금 중학교 1학년이 고등학생이 되는 2022년부터 고교학점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2025년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교육계에서는 고교학점제를 두고 기대와 함께 우려도 크다. 학생들이 진로·진학과 연계된 과목에 대한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과제도 산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지역에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를 운영한 대정고 교사들의 설문 결과를 봐도 그렇다. '교육과정 다양화와 과목 선택권 부여가 학생의 성장과 진로·진학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83.3%에 달했다. '도움이 안된다'는 답은 한명도 없었다. 또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과목 선택권이 주어졌다는 응답도 77.2%에 이르렀다.

이처럼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고교학점제가 학교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수두룩하다. 교사들은 무엇보다 주당 수업시수 감축(56.7%)이 우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과목 다양화를 위한 충분한 교실 확보, 전 과목 절대평가 시행, 행정업무 지원 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 학생들이 이수한 선택 과목 이수내역이 대입전형에 실제 반영되도록 대입 제도 변화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 연구학교 2곳과 선도학교 3곳을 운영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제대로 시행된다면 현재 입시위주의 교육체제에 일대 변혁을 일으킬 수 있는 제도다. 그러니만큼 우려되는 문제에 대한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고교학점제가 학교 현장에 혼란을 주지 않고 안착할 수 있도록 시범학교 운영을 통해 성과와 한계를 충분히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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