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 / 문정호 예술가

82세, 잘 귀가 들리지 않지만 예술의 혼 불태워

"꿈은 나이 때문에 꺾이는 것이 아니라 의지에 꺾이고, 의지로 할 수 있습니다"

제주 일도2동에 위치한 초롯빛 갤러리에서는 어느 때와 똑같이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전시회와는 달랐다. 전시된 작품을 창작한 주인공은 82세의 회화, 조각 작가인 문정호 작가다.

문 작가는 병원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우리 세대의 평범한 아버지였다. 정년퇴직한 후부터 창작을 시작해 지난 2015년 첫 전시회를 개최한 후 벌써 3번째 전시회를 여는 것이었다.

창작활동은 순탄치 않았다. 2012년 담당 제거 수술, 2017년 전립선 암 수술 등 고령의 나이에 3번의 수술을 받았다. 현재 귀가 잘 들리지 않는 82세의 할아버지지만 "작업을 시작하면 누가 불러도, 전화가 와도 들리지 않고, 밥도 먹지 않을 만큼 오로지 작업에만 집중한다"며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도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는 것을 좋아했다"는 문 작가는 회사를 다니던 시절 직장 동료들에게 손재주가 좋기로 정편이 났었다. 미술이나 조각 관련 분야를 따로 배운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좋아하는 관심 분야로 혼자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만들고, 그리고 만들었다.

젊었을 땐 취미로 생활에 필요한 궤짝을 만들었다.

"평소에도 나무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항상 나무를 보면 예사롭지 않았다"고 하는 문 작가는 어느 날 길에 버려진 나무를 보고 작품이 생각나 무언가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날부터 버려지는 나무들을 주워와 그림을 그리고, 목조각도 만들었다고 한다. 쓸모없이 버려져 제 기능을 못하는 상다리 같은 것도 깎고 다듬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시키는 과정을 거치다보니 더욱 나무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조각품뿐 아니라 그림도 나무에 그리고 있었다.

뿔이 달린 돼지, 새 등 제주도의 신화적인 느낌이 나는 그림을 나무 위에 그렸다.

그래서 나무는 문 작가와 땔 수 없는 존재다. 나무판에 그려진 그림은 이국적이면서도 상상 속의 동물들 때문인지 묘한 느낌을 준다. 또 동물들과 사람이 함께 등장한 그림을 보면 유쾌하면서도 쓸쓸해 보이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문 작가만의 인생이 녹아있는 듯하다.

손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했다는 그리스 신화 속 미다스 왕처럼 그의 손이 닫는 나무마다 작품이 되는 그는 서울에서도 전시회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몸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창작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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