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논설위원

지난 설에 보니 서울의 유명한 대학에 다니는 처조카의 막내딸이 제주교육대학에 새로 입학했다고 한다. 지난해에 대학 입학을 축하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만 두고 내려왔다니 의아했다.
 

일 년 동안 서울 생활 하면서 중학교 교사인 언니가 하는 것을 보니 교사가 마음에 들어 대학 입학시험을 다시 쳐서 교육대학에 입학했다는 것이다.

요즘 교육대학 입학 합격점이 매우 높아 교사에 대한 인기를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런데 사범대학의 인기는 교육대학만큼은 못 되는 것 같다.

필자는 의사가 된 지 52년이 지났지만 아직 의사가 된 것을 후회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다시 태어나 새로운 직업을 가져야 한다면 초등학교나 고등학교 교사를 해보고 싶다. 그것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선생님들에게서 많은 긍정적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군사부(君師父)일체라 해 스승은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작년만 해도 한 학부모가 100여 차례나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담임교사가 입원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하니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위에 명예퇴임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아직 한창 일 할 수 있는 연세에 교단을 떠나신다는 것은 그만큼 선생 노릇 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일 터다.

여러 해 전에 검찰청 소년선도위원을 맡고 있을 때다. 한 번은 선도 중인 학생의 아버지께서 아들이 선생한테 다섯 대나 맞았다고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적이 있다.

30여 분 동안 설득해도 물러서지 않아 하는 수 없이 "그러면 저도 이처럼 하는 학부형의 자제를 선도할 수는 없으니 선도를 중단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선도를 중단하면 기소유예가 중단돼 그 학생은 소년원으로 가게 되니 그때야 물러난 적이 있다.

한번은 권력기관에 근무하시는 분이 담임선생이 자기 아들을 차별대우 한다고 신문에 기고한 적이 있다. 아무리 담임선생님이 정신이 없다고 해도 권력기관에 근무 중인 사람의 아들을 차별대우 하까.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의 아들이니 담임선생님의 지적을 받을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오래 전에 읽은 글에 시골 학교에서 학년 초에 한 학생의 3학년 담임이였던 선생님이 4학년 담임을 맡게 된 동료 교사에게 "아무개가 경찰서장 아들인데 개차반이니 신경써서 지도하세요" 하시더란다.

이에 그 담임선생님께서 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금년에 서장님 아드님의 4학년 담임을 맡게 된 아무개입니다. 제가 가정방문을 해야 하니 대접을 해 주세요" 하셨단다.

담임선생님이 경찰서장 댁을 방문하자 서장께서 잔치상을 차려놓고 선생님을 상좌에 앉히고 하석에 무릎 꿇고 앉아 대접하는 모습을 본 그 학생이 바로 뒷날부터 태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시골에서 자기 아버지가 최고라고 여기고 으스댔는데 아버지가 담임선생님 앞에서 꼼짝 못하는 것을 보고 담임선생님이 최고구나 여겼다는 것이다. 이 경찰서장이 담임선생님이 정말로 존경스러워 그랬을까. 아니다. 이 서장은 선생님을 존중하는 것이 최고의 교육방법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아들 종석이가 중학교 때 학교에서 코뼈가 부러져 왔다.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으나 대답을 하지 않기에 그냥 두었다. 선생님께 맞았든, 친구와 장난치다 그리 됐든 본인이 말하고 싶지 않으면 구태여 밝힐 필요가 있을까.

우리 모두 자식들이 잘 되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우선 가정교육이 잘돼야 하고 다음은 선생님을 존중해 드리면 아이들은 잘 자란다. 선생님의 권위가 집이나 사회에서 땅에 떨어졌는데 교육이 제대로 되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우리 모두의 자각을 기대해 본다. 그래야 우리 조카의 딸이 교사로 지망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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