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덕부 서귀포중학교 교장

한 동안 '프로듀스 101'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즐겨본 적이 있다. 국내외 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들이 출연해 미션을 통해 경쟁하며 최종 투표로 선정된 몇 명만이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하게 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다함께 참여해서 결정을 내리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기본이 바로 투표, 선거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선거는 대통령을 뽑기 위한 것도 있고 학교 내 학급을 대표하는 반장선거도 있다.

서귀포중학교는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는 우리 반의 모습과 그것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를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선출하고 있다.

서귀포중학교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거공고, 유의사항 안내, 반장·부반장 후보자 등록, 후보 서약서 서명, 후보들의 서약 및 선거 포스터 부착, 공약 발표 및 토론, 투표, 당선 소감과 다짐 발표 등의 과정을 2주에 걸쳐 실시하며 학급 대표를 최종 선출한다.

이러한 과정은 사회 교과 시간을 활용해 4차례에 걸쳐 교육한다. 7개 학급의 대표를 학생들이 직접 선출하는 것은 교과서에서만 배우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체험하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학생들은 '내가 원하는 우리 반의 분위기'에 대해 즐거운 반, 유쾌한 반, 단합이 잘 되는 반, 조용한 반, 싸움이 없는 반 등 다양한 의견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아직 서먹한 관계의 친구들이 즐겁고 평화로운 학급의 분위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합의하는 시간을 가진 것도 이번 반장·부반장 선거의 큰 의미였다.

학생들이 원하는 학급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학급 대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는 기회도 됐다.

또한 반장과 부반장에 대해 성실한 친구, 착한 친구, 리더십 있는 친구, 유쾌한 친구였으면 좋겠다는 기대 모습을 통해 학급 대표의 자격과 자질을 제시하기도 했다. '후보 서약서 서명' 단계에서는 학급 대표의 역할과 후보로서 가져야 할 덕목을 사회 수업 시간에 나누며 당선과 낙선 사이에서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정의를 구현한다는 서약서에 자신과 친구의 서명을 함께 적어봄으로써 실천의 의지를 다졌다.

날카로운 질문과 토론이 오가며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유권자를 설득하는 선거운동 속에 선거관리위원회의 진행으로 투표와 개표를 통해 당선이 된 학급의 대표들은 약속을 지키기 위한 민주적 리더십의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한다.

또한 당선이 되지 못한 후보들은 경쟁을 넘어 협력으로 학교를 움직이는 일에 자신의 의견을 보태는 참여적 리더십을 보여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어색하기만 한 중학교 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 서귀포중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의 학급을 이끌 반대표를 직접 선출하는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의 경험을 모두가 함께 했다.

14세의 학생들이 먼 훗날 어른이 되면 투표권을 갖고 참정권을 행사하겠지만 민주주의 제도를 학창시절 학급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대표를 뽑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임을 경험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성장이 될 것이다.

학급 대표가 선출됨에 따라 이제 서귀포중학교 학생들은 학급회의를 통해 학급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을 공정하게 적용하며 변경하기 전까지 모두가 책임져야 하는 한다는 사실을 공유할 것이다.

학생들이 직접 선출한 학급 대표를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학급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약속을 함께 만들며 민주주의를 통한 바람직한 공동체 문화를 더불어 만들어 나갈 것이다.

미래 사회의 주인공이 될 한 사회의 청소년들에게 학교는 민주적인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는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한다.

스스로 고민하고 지킬 수 있는 공약을 만들고 학생들이 서로의 공약을 수정·보완하며 점검하는 하나하나가 모두 교육이다.

학생들이 과정 그 자체를 통해 경험하고 미래가 아닌 현재의 능동적인 세계민주시민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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