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사회부 차장

이방인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란 의미다. 이방인은 프랑스의 작가 카뮈가 1942년에 발표한 소설 「이방인」으로도 잘 알려졌다. 이방인이란 단어는 다문화 사회인 현대 사회에서 다소 폐쇄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제주 사람들은 과거 '육지사람'이란 표현을 썼다. 제주 4·3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해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미군정기에 발생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 이르기까지 7년여에 걸쳐 지속된, 한국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극심했던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경찰의 발포로 주민 6명이 사망한 3·1사건에 항의해 1947년 3월 10일부터 민·관 합동 총파업이 시작됐다. 제주도민의 민·관 총파업에 미국은 제주도를 '붉은 섬'으로 지목했다. 본토에서 응원경찰이 대거 파견됐고, 극우청년단체인 서북청년회 단원들이 제주에 들어와 경찰, 행정기관, 교육기관 등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빨갱이 사냥'을 한다는 구실로 테러를 일삼아 민심을 자극시켰고, 이는 4·3사건 발발의 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제주에서 '외지인'이란 단어가 자주 들린다. 각종 개발 사업 현장에 가면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제주도가 각종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개발 자체가 환경을 훼손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개발 행위로 인한 사회갈등이 제주를 휩쓸고 있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 영리병원을 포함하는 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 제2공항 건설, 비자림로 확장, 송악산 주변 뉴오션타운 개발, 오라관광단지 개발 사업 등도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제주 사람들은 누구보다 삶의 터전인 제주를 지키려는 의지가 강하다. 고향이 훼손되는 것을 반기는 도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제주 사람들의 '외지 사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투기성 자본, 먹고 살기 위해 개발이 필요하다는 도민을 반환경론자, 반평화주의자로 매도하는 외부단체 등으로 인해 제주 사람들이 다시 '육지 사람'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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