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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담론] 4·3엘리트의 과제김인주 봉성교회 목사·논설위원
김인주
입력 2019-03-26 (화) 18:02:29 | 승인 2019-03-26 (화) 18:10:07 | 최종수정 2019-03-26 (화) 18:04:53

"제주4·3사건을 완전히 해결하겠습니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봄이 되었나 보다. 과연 정치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봄이 왔다고 하지만 봄의 푸근함이 느껴지지 않는 세태는 어찌할까.

중원을 떠나 이역만리 북방에 살아야 했던 왕소군의 망향의 심리가 '춘래불사춘'에 담겨 있다.

고향을 지켜 살아가지만 소외된 삶을 살아온 4·3피해자들의 마음에는 이보다 훨씬 억울한 사연이 넘친다.

먼저 4·3의 모진 세월을 겪었지만 살아남은 세대의 경험을 생각해 본다.

현장에서 눈으로 직접 봤던 참혹한 장면은 70년 세월 내내 잊히지 않았을 것이다.

피 냄새가 진동하는 환경은 대기오염보다 더 잔혹하게 삶을 숨 막히도록 짓눌렀다.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그 순간은 다시 생각하기도 싫지만 그리도 자주 꿈에 등장했다. 시국이 진정된 이후에도 쿵쾅거리는 가슴은 잦아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경험과 증언은 진실하지만 동시에 다른 생각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다. 기억에 남은 그 이야기는 사실의 일부일 뿐이다. 이른바 '라쇼몽 효과'가 여기서도 나타난다.

이해관계에 따라 윤색된 이야기로 남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도적으로 왜곡된 상태로 전해진다.

며칠 전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때 겪은 증언을 듣게 됐다. 1946년 콜레라가 창궐하자 마을 사이에 담을 쌓아 경계를 분명히 하고 드나들지 못하도록 했다.

농사를 지으려고 자기 밭으로 담을 넘어온 사람이 있어 시비가 일게 됐다. 쉽게 조정되지 못한 갈등은 마을 간의 패싸움으로 번졌고 큰 앙금이 생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4·3이 터졌으니, 사사로운 감정의 대립이 큰 피해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념과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다치면서 이 마을의 피해는 4·3희생자를 세어볼 때 손가락 안에 꼽히는 지역이 돼버렸다. 

3·1운동 혹은 시국 등 전후세대와는 다른 용어로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보내면서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생각을 정리하기를 기대해본다.

두 번째 엘리트에 속하는 사람은 희생자 유족들이다. 숨죽이며 살았던 세월에 비하면 근래의 신원과 배려는 미미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애꿎은 부모형제의 희생은 빨갱이와 폭도로 덧칠돼 대역 죄로 몰려 권리가 제한되고 수많은
불이익 처분으로 억울한 생을 살아왔다. 그러나 어려운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희생당했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화해와 상생을 말하면 곧장 "누구 때문에 죽었는데"라는 반응을 듣곤 한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끝없는 보복과 배제로는 평화를 이룰 수는 없다. 근래에 유족회와 경우회의 화해는 모범적인 사례가 돼,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더불어 새로운 활로를 열고 있다.

참혹했던 시국이 정리되면서 살아남은 이들은 서로 입을 굳게 다물고 살기로 무언의 합의를 이뤘다.

긴 시간을 갇힌 공간 제주에서 이리저리 휘둘려서 목숨을 부지했으니 내키지 않는 언행을 보였던 적이 수없이 많았을 것이다. 그저 시대를 잘못 만난 탓으로 돌리고 약점을 꼬집으며 진실을 규명해도 서로 물고 물리는 형국이 된다.

마지막으로 어둠을 뚫고 진실을 추적해 온 연구자들도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선구자의 역할을 다시 해 줄 것을 바라고 싶다.

온갖 조작과 강압에도 불구하고 조각난 기억과 증언을 맞춰가며, 실증적인 연구로 많은 실적을 생산했고 합리적인 서술의 방법도 터득했다.

관심 있는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넓게 문을 열고 교류하고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금년의 4·3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온라인으로 검색해 봤다. 올해의 행사를 정리해 안내하는 정보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김인주  webmaste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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