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중앙고, 제71주년 4·3 평화 인권교육 실시
김필문 회장 "화해·상생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

"역사가 없으면 미래가 없습니다. 왜곡되지 않은 제주 4·3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제 71주년 4·3을 맞이해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알아야 하는데 다같이 노력해야 합니다"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일을 이틀 앞둔 1일 제주중앙고등학교 강당에서 '4·3 평화 인권 교육 명예교사 초청강연'이 열렸다. 

제주중앙고 1학년 학생 2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는 김필문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 회장(73)이 "어릴 때 4·3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어 어떤 분인지 모른채 살아왔다"며 거친 세월을 살아온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줬다. 

그는 4·3이 발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아무 죄도 없는 백성들을 잡아가두고 고문·사살했다"며 "군사불법 재판으로 판사, 검사, 변호사 없이 임의대로 재판해 3389명의 백성들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했고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모두 총으로 학살했다"고 회상했다.

그중에는 김 회장의 아버지도 있었다. 김 회장의 아버지는 4·3 사건 당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대구 감옥으로 끌려가 행방불명됐다. 

김 회장은 "중학교 1학년때부터 밭일을 해야할 만큼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 자랐으며, 연좌제가 있던 군사정권 시절에는 '빨갱이 자식'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살았다"며 "4·3 설움에 피맺힌 역사는 하루 빨리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나 보상 지원책이 마련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자신이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대해 "(제가) 한 가정의 아버지를 넘어 할아버지가 됐을 정도로 숱한 세월이 흘렀지만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 자식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누구의 잘잘못을 탓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아픈 역사를 평화와 인권의 가치로 승화시키기 위함"이라며 "4·3이라는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데 다 같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강연이 끝나고 문예지 학생(17)은 "4·3은 정말 아픈 역사인데 어떻게 평화로 연결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김 회장은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사람이 원한만 계속 가지고 사는 것은 좋지 않다"며 "진실하게 사과를 받는다면 화해와 상생으로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김도빈 학생(17)의 "4·3을 통해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김 회장은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은 숙제다. 여러분은 왜곡되지 않은 역사를 알아야 하고 진실된 역사를 알려주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의를 들은 진유지 학생(16)은 "4·3이 비극적인 역사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자세한 내용을 듣는 것은 처음"이라며 "다시는 4·3과 같은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억하고 또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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