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

아름다운 자연과 독특한 문화가 살아있는 곳,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제주도는 71년 전 7년 7개월 동안 3만여 명이 희생된 대비극이 일어난 섬이다. 희생자는 '제주도민'이었다. 갓난아이, 소년, 청년, 여성, 노인 가릴 것 없이 제주도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잃었다. 제주4·3사건의 비극은 백비(白碑)에 새겨 넣어야 할 4·3의 이름들과 정명의 문제, 진실규명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진행중인 사건이다.

허영선 제주 4·3연구소장은 산문집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을 통해 이 아픔을 전달한다.

전 제주 4·3평화재단 이사, 현재 시인이자 제주4·3연구소 소장인 '제주 토박이' 저자가 4·3 사건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기억을 토대로 문장을 풀어나갔다. 과거 제주 언론인 출신으로 한겨레신문과 제민일보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과 새로 쓴 산문을 한데 엮은 것이다.

고사리를 꺾으러 간 딸을 마중 나갔다가 순경에게 목숨을 잃은 아버지, 토벌대에 의해 총상을 입고 평생 무명천을 턱에 두른 채 살다가 세상을 떠난 진아영 할머니, 정뜨르 비행장에서 학살당한 남편을 지금도 그리워하는 아내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허 소장은 제주의 얼굴을 할퀴고 흘러간 그 모든 '애린' 역사의 고통과 절망을 고스란히 품고, 그것을 다시 생생하고 치열한 기록으로 풀어냈다. 마음의 숲. 1만4000원. 우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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