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식 제주4·3평화재단 팀장

해마다 4월이면 제주 섬은 일렁인다.

벚꽃과 유채꽃이 저마다 색깔을 뽐내며 향연을 준비하지만 제주도민 마음속의 4월은 4·3에서 시작된다.

언론방송에서 4·3특집이 방영되고 거리 곳곳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대형 아치와 현수막, 그리고 크고 작은 4·3 관련 행사를 알리는 홍보물이 넘쳐난다.

각 학교에서는 4·3평화인권교육주간을 운영하고, 문화예술인들은 전시장이나 공연무대 혹은 거리에서 4·3을 알리거나 희생자를 추모한다.

그러나 누구보다 일렁이는 마음으로 4월을 맞이하는 이들은 4·3유족들일 것이다. 

70여 년 전 제주 섬에서 벌어졌던 항쟁과 진압, 그 틈바구니에서 덧없이 스러져간 사람들 희생자가 겪었을 분노와 고통도 그렇지만, 주검조차 온전하게 추스르기 힘들었던 당시 유족들의 억울함과 고통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그것뿐인가. 부모형제의 죽음도 숨겨야 했고 억울함을 하소연조차 할 수 없었던 어둠의 시절은 얼마나 깊고 길었던가.

이름조차 갖지 못한 갓난아이부터 거동이 불가능했던 노인의 희생까지 이념의 굴레를 씌워버린 왜곡과 편견은 살아남은 이에게는 이중삼중의 고통이었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유족을 포함한 학생, 지식인, 문화예술인 등 많은 이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 진상보고서, 국가추념일 지정 등 적지 않은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희생자를 기리고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의 희생을 올곧은 역사의 페이지로 정리했을 때 구천을 떠도는 희생자 영령들은 영면에 들 것이며 유족의 한은 녹아내릴 것이다.

때문에 희생자의 넋을 달래는 추모의 정이야말로 제주도민의 4·3희생을 역사로 끌어올리는 일이고, 유족을 위로하는 첫걸음이다.

내일이 제71주년 4·3희생자추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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