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편집부차장

지난달 30일 K리그 경남FC의 안방인 창원축구센터가 뜨거운 축구 열기로 뒤덮였다. 볼리비아·콜롬비아와의 A매치 평가전 2경기를 가득 채운 열기를 이어 이날도 축구팬 5873명이 경남FC와 대구FC의 K리그 4라운드 맞대결을 보러 경기장을 찾았다.

최근 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선전하면서 K리그 초반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대구FC와의 라이벌전인데다 콜롬비아전에서 맹활약한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를 볼 수 있어 기대감을 키웠다.

팬들의 기대에 두 팀은 화끈하게 치고 받으며 90분간 한시도 눈을 뗄 수없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보답했다. 축구 역사에 남을 세징야의 멋진 세트피스 득점과 후반 추가시간 역전승을 이끈 배기종의 극장골도 나왔다.

흥행에 목마른 K리그가 참고해야 할 자료라는 찬사까지 들었지만 불꽃같던 명승부는 불과 하루만에 대형 이슈로 덮여버렸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출마 후보, 유세원들과 함께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 유세활동을 한 것이다.

이들중 일부는 당명과 선거기호, 이름이 적힌 붉은 점퍼를 입었다가 구장측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 국제축구연맹(FIFA)은 모두 경기장 안에서 일체의 선거운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홈팀에 10점 이상의 승점 삭감이나 무관중 홈경기, 제재금 부과 등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

정치인들이 이같은 규정을 몰랐다고 해도 경남FC는 규정 위반에 따라 최악의 경우 승점 10점 이상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경남FC는 1일 "경남을 아껴주시고 사랑하는 팬들에게 불미스런 일을 끼쳐 죄송하다. 향후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면서도 "자유한국당의 공식적인 사과를 원하며, 징계를 받을 경우 도의적인 책임은 물론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혀 앞으로의 공방을 예고했다.

축구장에서 정작 축구경기가 관심에서 밀려나고 축구 외적인 사태가 부각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모처럼 찾아온 K리그의 봄도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지 않을까 축구팬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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