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자비정사·논설위원

요즘 나라 사정이 몹시 어려워지고 있다. 이렇게 어려워져가는 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정치계의 정치 지도력의 부재다. 둘째 국민성 내지 국민정신이 그릇된 점이다. 두 가지 중에 어느 쪽이 먼저일까. 정치 지도력이 아무리 탁월할지라도 국민정신이 바람직스럽게 자리 잡히지 아니하고는 오늘의 난국을 헤쳐 나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때에 새삼스럽게 생각나는 사람이 도산 안창호 선생이다.

그는 일제 강점 하의 암담한 세월을 살면서도 한결같이 주창했던 바가 있다. 국가가 독립을 유지하고 민족이 번영을 누릴 수 있는 힘의 바탕은 국민들의 인격과 도덕의 힘에 있다. 선생이 남긴 글 중에 한 구절을 인용한다. "개인의 인격이 없이는 선진 사회를 이룰 수 없고 개인으로나 민족으로나 힘 있는 자가 되지 못한다. 민족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길은 오직 한 길 각 개인의 인격을 건전하게 하는 길이다."

2019년은 여기서부터 시작하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건전한 인격 허세 없는 삶 거짓말하지 않는 생활을 이루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자. 그래서 선진 경제도 일으키고 통일한국도 앞당기자. 모든 것의 시작이 건전한 국민정신을 일으키는 데서부터다. 국민정신의 개조 없이는 아무 것도 이뤄 나갈 수 없다. 국민들의 단점은 줄여나가고 장점은 높여 나가는 솜씨를 일컬어 지도력이라 한다. 바른 지도력을 지닌 국가나 사회는 발전하고 그렇지 못한 사회는 정체된다.

그런 지도력의 핵심에 정치 지도력이 있다. 정치 지도력이 바로 세워져야 국민들의 진취적 기상이 높아지고 개척 정신이 뻗어나가게 된다. 그래서 국가와 사회가 발전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의 지도력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정치 지도력은 어느 수준에 있는가. 우리나라 정치 지도력의 수준을 느낀 대로 표현하자면 마치 개싸움을 보는 듯하다. 서로 으르렁거리며 밀고 밀리는 모양새가 그러하다. 이 줄에 섰다가 저 골목으로 갔다가 하는 모양이 꼭 개싸움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 수준이다. 이런 수준을 넘어서는 길은 없을까. 한 가지 길이 있다. 새로운 풍토 새로운 정치 지도력을 만들어내는 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들 것인가. 국민들이 똑똑해지면 된다. 진실하고 유능하고 비전 있는 일꾼들을 뽑아 밀어주고 길러줘야 한다.

그런 지도자들이 통일한국시대를 열어 나가게 해야 한다. 통일한국시대를 열고 이끌어 나갈 그런 정치 지도력을 기르는 일에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으자. 다른 어떤 일보다 앞서야 할 일이다. 우리가 겪어야 할 참된 혁명은 따로 있다. 밑으로부터 백성들로부터 밑에서 올라가야 할 혁명이다. 지금 경제 사정이 어렵다. 경제만 일어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그릇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실상은 경제보다 먼저 해결돼야 할 바가 있다. 경제의 바탕이 될 국민정신을 바르게 하는 일이다. 과거를 돌이켜 보자.

1910년에 나라의 주권이 일본에 빼앗긴 지 10년이 지난 후에 나라 안에서는 스스로 반성하는 기운이 일어났다. 우리가 어쩌다가 일본에 국권이 빼앗기게 됐을까 하는 반성이다. 그런 반성의 핵심인즉 우리 국민들의 정신 상태가 이웃 나라에 국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는 반성이었다. 그 시대에 그런 반성을 쓴 글 중에 춘원 이광수의 '민족개조론'이란 글이 있다.

1922년에 쓰인 이 글에서 춘원은 조선의 장래를 위해 쓴다고 밝히고는 조선인들의 고질적인 병폐를 여덟 가지로 적었다. 거짓말하기 공리공론 일삼기 표리부동한 성격,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습관 전문성의 부족 낭비하는 습관 위생 관념의 부족 용기의 부족 결단력의 부족을 들었는데 이들을 자세히 살피건대 지금도 그 병은 여전하지 않는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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