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림 제주대학교 관광개발학과

'천혜의 섬' 제주도에는 아픔의 역사도 있다.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발생한 '제주4·3'이다.

제주4·3은 '빨갱이 사냥'을 빌미로 한 미군정 산하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남한의 단독선거·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이 무장봉기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도민 3만여명이 희생됐다. 당시 인구의 10%나 된다.

그러나 이데올로기 프레임 속에 언급조차 금기시되면서 4·3은 제대로 규명도 기록도 되지 못했다.

4·3진상보고서 채택과 특별법 제정 등으로 어둠의 역사들이 밝혀지고 있지만 아직도 역사 교과서에 실린 건 단 몇 줄뿐이다. 그래도 제주4·3을 알리기 위한 사진전 개최·평화공원 조성·인권 교육 등이 이어지고 있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 10명 중 4명이 제주4·3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가 지난해 전국 초·중등 학교와 시민 단체 대상으로 실시한 '찾아가는 평화와 인권 교육' 수강생 2096명의 설문지를 최근 분석한 결과다.

우리의 무관심이 문제가 아닐까 한다. 4월만 되면 더욱 가슴 아파하는 희생자와 유족들이 있다. 빨갛게 꽃을 피우다 봄날 속절없이 땅으로 떨어지는 동백꽃처럼 이유도 모른 채 스러진 영혼들의 아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다. 제주도는 아름답다.

그 이면의 아픔을 보듬어 상생으로 승화시킬 때 더 아름다울 것이다. 관광지를 넘어선 인권의 땅, 평화와 화합의 섬 제주도를 4·3 71주년을 맞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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