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딩크"(목판화에 진채).
 “그림은 상품만이 아니라 사회를 돕는 기능도 해야 한다” 한국화가 유양옥씨(58)의 그림 지론이다. 독학으로 수묵진채화의 일가를 이룬 ‘인사동의 명물’ 유양옥씨가 제주에서 그림판을 연다.

 제주신라호텔이 월드컵 기념으로 초청해 10일부터 20일까지 대연회장 한라홀 로비에서 그림판을 여는 유씨는 미술전공자가 아니다.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70·80년대 인사동에서 10년 간 미술책방·화랑·필방 등을 운영했고 83년부터 본격적인 미술수업을 쌓아 96·2001년 두 번의 개인전을 연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여초 김응현·겸여 유희강에게 서예를 배웠고 일랑 이종상에게 수묵화, 권우 홍찬유와 일평 조남권에게 서화를, 만봉 스님에게 단청을 배워 그만의 독특한 화풍을 일궈냈다. 그가 일궈낸 수묵진채는 수묵에 광물성 염료로 여백 없이 진하게 칠하는 게 특징인데 수묵담채와는 달리 강한 인상을 준다.

 유씨의 그림은 옛 그림의 주요소재였던 매화·고양이·닭·개구리·포도·오리·새·물고기 등 생활주변의 소재들을 해학적이면서도 서민적으로 그려 친근감을 준다. 비뚤비뚤 못생긴 초가, 눈만 달린 금붕어, 발 달린 우산, 뿔 달린 상상 속 동물 ‘유니콘’까지 우화적인 작품은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맑게 해준다. 활달하면서도 강한 터치는 그림에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이번 전시를 위해 유씨는 40년 만에 제주를 찾았다. 사진작가 서재철씨의 안내로 제주의 포구와 오름 등 제주 곳곳을 답사하며 제주의 숨결을 느꼈다. 제주출신 소설가 현기영씨의「순이삼촌」과 일본작가 시바료타의 「탐라기행」도 꼼꼼히 읽었다. 그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담을 ‘그림 제주학’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번 전시회에는 월드컵을 소재로 한 작품도 나온다. 한국축구 사령탑 히딩크를 목자로 삼아 제주조랑말을 타고 승전보를 울리기 위해 힘차게 내달리는 장면을 희화한 한 ‘히딩크’, 거친 화면에 색종이를 오려붙여 제주의 이미지를 나름대로 표현한 제주지도그림, 제주무신도를 새롭게 해석해 그린 두루마리 그림 등 제주소재 작품도 등장한다. 「하멜의 노스텔지어」 등 도자그림 20점과 사라져 가는 우리의 환경과 생태를 소재로 한 액자 배접 그림 30점, 부채그림(합죽선·반구부채) 30점도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유씨는 목판화 ‘히딩크’도 만들어 왔다. 현장에서 목판화 위에 직접 색을 칠해 판매도 한다. 도록 빈칸에 그림을 그려주는 이벤트도 벌인다. 전시개막 10일 오후 4시. 전시문의=735-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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