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챔터 대표·논설위원

최근 들어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특히 2018년 중반 이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눈에 띄게 저하됐고 자동차와 스마트폰 판매량도 현격히 떨어졌다.
 

중국 경제를 대표하던 기업들도 매출 격감과 정리해고의 칼바람을 피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6.6%로 1990년 이래 최저 수준이었다. 또한 2019년 중국의 GDP 성장률은 대략 6.0%에서 6.2% 선에 머물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추정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여전히 글로벌 경제의 예외적 사례인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경제의 규모와 상대적 성장세가 워낙 압도적이어서 2019년 중국 경제는 그 둔화 추이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전체 경제 규모와 맞먹는 수준의 GDP를 새롭게 더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시 말한다면, 2019년 중국 경제의 성장에 따라 오스트레일리아 경제에 버금가는 새로운 경제권이 하나 더 등장하는 셈이다.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국 소비자들은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소비 패턴을 고급화하고 있고 기록적인 매출 신장세를 보이는 기업들도 끊이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2019년에서 203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중국의 소비 규모는 약 6조 달러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과 서부 유럽 시장의 소비 규모 성장 전망치에 필적하며 인도의 두 배 그리고 아시안 경제권 전체의 전망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물론 개별 기업들의 매출 하락세는 뚜렷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자동차와 화장품류의 매출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그러나 24%에 이르는 온라인 매출 성장세와 더불어 이른바 트레이딩 다운(trading down)이라 불리는 e-커머스 중심의 소비 행태가 중국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른바 부의 완충지대(wealth buffer) 역할을 한다는 1선 도시들의 소비력도 여전히 강하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직면해 있는 신용경색은 큰 고민점이다. 지난 10년 기간, 중국의 경제정책은 이른바 '8 plus 2'로 불린다.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중국 정부가 8년 동안의 의도적인 경기 부양책에 뒤이어 2년 동안 조정 정책을 펼쳐온 데서 나온 말이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는 그림자 뱅킹 영역과 비공식적 여신 및 부채 규모가 크게 늘었다. 2007년 120% 선이었던 GDP 대비 부채비율은 2018년 2분기에 이르면 253%로 치솟았다. 생산량의 증가에 필요한 자본 증가율을 뜻하는 한계고정자본계수(ICOR)도 상승했다.

쉽게 말해 중국 경제는 경기 부양에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임을 뜻한다. 신용경색은 민간부문의 중소기업, 특히 3선과 4선 도시 소재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중국 경제의 증가하는 소비 및 서비스 의존도를 볼 때 이러한 현상은 경제 주체의 소득과 소비를 위축시켜 궁극적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세를 크게 제약할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2018년 이래 열전이 벌어지고 있는 미·중간 무역갈등은 보는 시각에 따라 함의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 최근의 성장세 둔화를 미·중간 무역갈등의 산물로 보는 것은 편의적 해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실 중국 경제의 무역의존도는 과거에 비해 생각보다 높지 않다.

2008년 약 8%에 달했던 중국의 GDP 대비 순무역흑자규모는 2017년 들어 1.7%에 그쳤을 정도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은 보다 간접적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소비자신뢰지수에 악영향을 끼쳐 성장동력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게 사실이다.

2019년 중국 경제는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한 구조개혁과 맞물린 지속적인 경기부양책을 실행할 것인지, 아니면 성장세 둔화를 용인할 것인지 두 갈래 길에 맞닥뜨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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